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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봄철 산새들은 왜 노래소리를 낼까?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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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4월이면 한겨울 동안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고 대지도 새롭게 몸단장을 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여야 한다. 땅에서는 봄을 알리는 제비꽃과 온갖 이름 모를 식물들이 피어나고, 나무도 서서히 푸르름을 되찾아가는 이 시기가 되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동물이 바로 산새들이다. 한겨울동안 추위를 용케 이겨내고 살아남은 여러 산새들은 본격적인 번식을 위한 채비에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는 약 9000여종의 조류이 있다. 이중 4000여종이 번식기에 노래소리를 내는 조류 종류로 우리는 이런 조류를 명금류(songbirds)라고 부른다. 모든 명금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명금류중 노래를 부르는 것은 주로 수컷의 몫이다. 명금류가 노래를 부르는데에는 몇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TV의 사극이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한 겨울철 눈이 하얗게 덮여 있는 와중에도 새들의 노래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정확히 말하면 방송국의 큰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는 단지 번식기에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인데, 방송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겨울철 혹은 가을철 단풍이 물든 시기에 새소리를 집어 넣었지만, 사실 이시기에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없다.


 명금류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일정한 자신만의 영역을 설정하고 동종의 다른 수컷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를 하는데, 이러한 영역을 우리는 “텃세권”이라고 부른다. 수컷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는 이러한 텃세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몸부림이다. 번식기에 좋은 텃세권을 마련한 수컷은 그만큼 암컷을 유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암컷은 훌륭한 텃세권을 가지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수컷이 유전적으로도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훌륭한 2세를 얻을 수 있으며, 새끼를 키우기 위해 먹이 공급을 할 때도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수컷이 자신의 텃세권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노래를 부르는지에 따라 암컷과의 짝짓기에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이지 판가름 나게 된다. 노래소리의 레퍼토리가 다양한 수컷일수록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릴 수 있는 '일부다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번식을 시도하는 초년병 수컷의 경우는 노래소리에 능숙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이들은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수컷 명금류가 넓은 텃세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다.
수컷은 수시로 자신의 텃세권임을 알리기 위해 텃세권 주변을 돌아다니며 노래소리를 내야하며, 번식을 위한 새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울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암컷과 짝짓기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매우 왕성하다가 짝짓기가 끝나면 점차로 줄어든다. 하지만 다시 새끼를 키우는 시기가 되면 왕성해지는데, 이는 새끼에게 많은 먹이를 주기 위해서는 먹이가 풍부한 자신만의 텃세권을 다른 새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새들의 노래는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굴뚝새, 박새, 노랑턱멧새, 흰눈썹황금새 등은 자신들의 고유한 노래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의 조류 종 중 몇몇 예외적인 경우(일부 종 사이는 노래소리가 서로 매우 유사해서 다른 새의 노래소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를 제외하면 서로 다른 종들의 노래 소리에는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새들의 노래소리를 듣고 "저건 굴뚝새의 노래소리야! 흰눈썹황금새의 노래소리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종만이 가진 특별한 형태의 음절(syllable) 유형 때문이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잠수함을 발견하기 위해 급격히 발달한 음성 분석 기기의 도움으로 서로 같은 종인 명금류 수컷 노래소리에도 각각의 개체마다 약간씩 소리의 변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렇게 같은 종인 수컷의 노래소리마다 제각기 약간의 노래소리가 차이를 보이면서 새들도 인간사회와 유사한 이웃-사촌을 알아볼 수 있음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노랑턱멧새 수컷은 자신의 옆에 텃세권을 설치한 다른 수컷 개체에 대해서는 관대하여 이 개체가 텃세권 주변으로 가깝게 다가와도 낯선 수컷 개체가 다가올 때 보이는 반응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번식기에 이웃에서 노래하고 있는 수컷의 노래소리를 많이 들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텃세권 주인새는 이웃 수컷이 조금 침입하여도 자신에게는 별다른 위협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먼 곳에 사는 노랑턱멧새 수컷의 노래소리를 녹음하여 텃세권 주변에서 틀어주게 되면 텃세권 주인새는 매우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은 자연의 경관과 함께 자연의 소리에 대해서 푸근함을 느끼고, 진한  향수를 얻는다. 새들의 노래소리는 산에 오르는 인간에게는 정서적으로 푸근함을 제공할지 모르지만, 새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인 셈이다.

노랑턱멧새는 우리나라 산과 공원에서 흔히 볼수 있는 텃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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