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5월. 따스한 햇볕과 바람이 느껴지는 계절. 봄이다.
아이들이 어릴때 묻던 말이 생각난다.
“봄은 언제부터 되는 거에요 ? ”
라고 물으면 달력을 보면서
“봄은 3, 4, 5월이고 여름은 6, 7, 8월 . . . ” 이라고 말해주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절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계절은 달력 때문에 오는 것도 아니고 달력이 있기 전부터, 사람이 있기 전부터 오랫동안 있어온 시간의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봄을 꽃을 피는 것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이른 봄에 산에는 생강나무와 산수유에서 피어나는 노란꽃,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 그러나 이런 꽃 보다 먼저 따스한 햇볕과 바람을 느끼며 활동하는 것은 곤충이다. 찬바람이 조금씩 물러가는 3월정도에 숲에 가면 벌과 파리류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른벌레로 겨울을 보낸 종류들이다.
최근에 나는 봄을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느끼고 있다.
‘ 아니 봄에 왠 잠자리 ? ’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른다.
보통 사람들은 잠자리라고 하면 고추잠자리(대부분은 고추좀잠자리)를 떠올리면서 가을을 생각하는 데, 이는 가을이면 특히 된장잠자리와 고추좀잠자리가 산과 들, 도심을 구분하지 않고 많이 날아다녀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잠자리는 120 여 종에 이르는 데 봄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늦은 가을까지 우리의 산과 강, 물가의 하늘은 채운다. 이들이 가을쯤에 모두 나와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겨울 내 얼어있던 차가운 얼음 아래서 지난 가을 알에서 깨어나 어린 시절을 살찌우고 추위를 이겨낸 잠자리 애벌레들이 있다. 이들은 따스한 햇살과 바람으로 물이 따뜻해지면 물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물속에서 자라는 풀줄기를 타고 물 속과 물 밖을 들락거리다가 우화를 시작한다.

<아시아실잠자리>
아시아실잠자리, 언저리잠자리, 대모잠자리, 쇠측범잠자리 등...
4-5월 한창 봄을 익어가는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잠자리 종류이다.

<언저리잠자리(수)>

<대모잠자리(수)>
올해도 나는 동네 가까운 작은 저수지로 이들을 만나러 갔다.
저수지에는 애기부들, 갈대가 주로 자라는 데 싹이 무릎이나 허리 높이 정도 자랄 때 쯤 되면 잠자리 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갓 우화한 아시아실잠자리 몇 마리가 아직 제 색을 내지 못 한 옅은 빛으로 하늘거리듯 날아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물 위로 나온 풀줄기를 살펴보니 허물 몇 개가 보인다. 이제 나오기 시작하였구나. 그 뒤 1-2주 지나면서 대모잠자리, 언저리잠자리를 차례로 만나게 되었다.
아시아실잠자리는 가을까지 몇 세대를 거쳐 이 저수지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날아다닌 것이다. 그러나 대모잠자리와 언저리잠자리는 5월 쯤 되면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여 여름이 되면 모두 사라진다. 진짜 봄 잠자리인 것이다.
산에 흐르는 계곡에서는 측범잠자리류가 봄 잠자리 역할을 한다.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로는 쇠측범잠자리가 있다.

<쇠측범잠자리>
자 봄을 알리는 새로운 전령을 만나러 가까운 물가나 산에 계곡에 가보자. 봄볕을 받으며 반짝거리는 날개로 짝을 찾아다니는 봄 잠자리. 이들의 멋진 비행 모습을 보러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