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방사선 피해에 대한 글에 덧붙여
어제 짧은 시간에 급하게 써서 올린 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부연 설명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있어서, 이를 외면할 수 없는 마음에 덧붙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많은 것을 덧붙이려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설명한 내용을 조금 더 풀어 비전문가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목적이 더 크다.
국내 원전산업 관련 업계나 에너지 업계에서는 일본의 원자로 폭발로 인한 사고 후유증 문제를 웬만하면 축소하고 덮고 넘어가려 함이 당연하다. 심심하면 환경론자들에 의해 제기되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사회적인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고, 이 경우에 현재의 전력 수요를 공급하기 위해서 원전 이외엔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에너지 전력공급을 어찌 가능하게 할지 골치가 아파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전 사업과 관계된 막대한 이익이 맞물려 있고, 여기에 생계가 맞물려 있는 전문가들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난 원전 반대론자는 아니다. 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 시절부터 고민을 많이 해 왔는데, 정확한 내 입장을 밝히라고 한다면 중립이라고 선언함이 옳을 듯 하다. 위에서 언급한 에너지 공급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없음을 외면하기 어려워 그렇다.
물론 전기 에너지 사용을 현재의 절반으로 급감하며 생활이 가능하다면, 물론 방사성 공해 문제로 인해서 실질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원전의 건설을 찬성할 리는 없다. 따라서 원전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찬반의 입장은 여기서 제외하고 이 글에서는 단지 현재 일본의 원전 폭발의 위협적인 요소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방사능이라는 것은 불안정한 원소가 붕괴하여 안정한 원소로 변이해 가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강한 에너지선을 말한다. 알파, 베타, 감마선이 있다고 하고, 각각의 특징들도 있지만, 대학 강좌도 아니고, 어찌되었던 이 모든 방사선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들의 결합 관계를 깨뜨리거나 혹은 분자들을 높은 에너지 상태로 들뜨게 하기도 하는 역할들을 한다.
초기 지구에는 이런 불안정한 원소가 다량 존재했을 것이므로 방사선이 매우 강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들 원소가 안정해 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자연 상태에도 아직 이렇게 불안정한 원소들이 지표 안에 존재하는 경우가 있고, 이들이 방출하는 방사선을 자연 방사선이라고 한다. 이 정도엔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실험이나 원자력발전에서 사용되는 핵반응으로 인공적으로 이런 불안정한 원소들을 마구 생성시키고 있는 데 있다. 원전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에서는 많은 양의 불안정한 원소들이 생성이 되고, 이의 누출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원소들의 생성을 막을 수도 없고, 생성된 방사성 원소들은 스스로 안정적인 원소로 변할 때까지, 즉 몇 반감기를 거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앨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인체 또한 분자로 구성된 유기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방사선은 이들 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들에게 에너지를 주어서 결합을 깨 버리거나 분자나 원자들을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려 놓기도 한다. 이렇게 깨어진 결합은 다시 이어지고, 그리고 들뜬 높은 에너지 상태의 원자는 다시 안정한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이 계속 연속적으로 수없이 반복되게 되면, 이 과정에서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결합의 모양이나 결합의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DNA 유전자 결합 구조나 순서가 바뀔 수가 있고, 이런 과정에서 세포의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다. 이는 암세포의 생성, 유전적 기형아 산출들의 유전질환들의 원인이 된다.
방사능 피폭량이 몇 시버트(Sv) 이상이면, 병원에 당장 가야 하지만, 현재는 그 수준은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은 이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단기적인 부분만을 편의에 의해서 아주 협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방사능이 에너지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받으면, 이 에너지에 의해서 화상 등의 심각한 외적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이면 정말 심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훨씬 적은 미량을 오랫동안 조사하게 되어서, 아무런 감지도 없이 나타나는 장기적 효과로 인한 암이나 유전적 질환의 발생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현재 동경 주변이 안전하다고 이야길 하는데, 왜 태평양에서 일본으로 구조를 위해 다가가던 미 항공모함이 다시 태평양 멀리 방향을 바꾸어 도망을 갔겠는가? 작은 양이라도 계속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방사성 원소를 다룰 때, 짧은 시간에 가까이에서 노출이 되어도, 그것이 한번 뿐이라면 그 영향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장시간 지속적으로 생활 주변에 방사선 농도가 크게 되어 노출이 되어 있다면, 그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방사선을 이야기할 때, 거리 효과도 빼 놓을 수 없다. 당장 일본 열도에서의 원자로 폭발이 한반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음은 옳다. 거리가 멀어서이다. 후쿠오카 발전소에서의 폭발로 원전에서 많은 양의 방사성 원소들이 방출되었다 하더라도, 그곳으로부터 거리가 먼 곳에서는 그 효과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감소해서 줄어들기에 한반도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단기적으로 볼 때 그렇다.
일단 콘크리트 차폐시설이 폭발되어 파괴되고, 일부는 강철 격납용기까지 파괴되어서 핵연료봉이 노출되었다는 것은 핵반응이 대기 중에 노출된 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핵반응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인공 방사성 원소들이 대기와 섞여서 대기 중으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핵반응이 대기 중으로 노출되었다고 해서 핵폭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핵폭발은 이런 핵반응이 연쇄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꺼번에 발생하도록 설계되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엔 핵연료봉이 녹아 버리는 경우까지만 상상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핵폭발에 대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현재야 편서풍의 영향으로 태평양으로 날아간다고 하지만, 대기의 순환과정으로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게 될 것이다. 확산되면서 그 농도는 줄어들겠지만,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인류거주지인 한반도의 대기에 일본 다음으로 가장 농도가 많은 방사성 물질이 당분간 분포하게 될 것임은 상식이다.
그 농도가 배출하는 방사능의 영향이 당장 심각하게 나타날 수준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평균 이상의 강한 방사성에 노출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노출은 암환자 발생의 빈도수의 급격한 증가, 유전적 질환 발생 확률의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체르노빌 이후에 몇 십년간 전 유럽이 이 사고의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았다고 한다. 북유럽의 목초 지대에 까지 대기에 방사성 물질이 떠 밀려와서는 땅으로 내려왔고, 풀들이 이를 흡수했고, 이를 젖소들이 뜯어 먹으며 자라서는 이 젖소의 우유와 이 우유로 만든 유제품을 먹은 아이들까지 광범위하게 방사선에 노출되어서 암과 유전적 질환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보도는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런 일들이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가 되어 버릴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은 외국 언론에서는 심심치 않게 흘러나옴에 비해, 국내 전문가들의 언급은 안전하다는 사실만을 무슨 녹음기 틀어 놓은 듯이 되풀이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너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핵연료봉이 녹는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하로 심각한 방사성 원소 농도를 지닌 연료봉이 녹아 흘러 들어갈 것이고, 지하수에 씻겨서 방사성 물질이 섞여서는 지하로 하천으로 바다로 엄청난 양이 방사성 물질이 흘러 들어가 전 지구적으로 순환된다. 그리고 이렇게 바다에서 생성된 해산물들이 인간에게 유입되는 것은 눈에 확연하게 보이는 앞날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일본 열도를 중심으로 하는 전 지구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체르노빌 사고에 비교해서 그 후유증과 여파가 작을 이유가 없는 일이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당장만을 단기적으로 이야기하면 현재 언론보도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틀린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체르노빌이나 드리마일 사고에서 보듯이 그 여파는 몇 십년을 두고 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당장의 산업적 필요나 이익에 연연하기 보다, 일본 방사능 누출 사고를 여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지에 대한 경각이 필요하고, 우리 원전에 대해서도 과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해 봄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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