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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장애우 나들이 기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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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생태학교
- 함께 떠나는 장애우 나들이











▲ 아이들이
나뭇잎들을 이용하며 만든 작품들




장마가 끝나고 푹푹찌는 한 여름의 중간이기에 애타게 시원함을 찾는 요즘이다. 낮에는 더위를 피해
그늘이라도 찾아서 시원한 물에 목이라도 축이면 되지만 열대야가 계속되는 밤에는 피할 그늘도 없고 밤잠만 설치게 된다.
오늘
7월 20일은 초등학교
장애우들과 애기능 산길을 함께 걸으며 산책하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장애우 나들이는 정신지체와 발달장애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한달에 한번
구름산이나 애기능을 찾아 소풍도 가고 자연학습도 하는 일이다.
요 며칠간 더위 때문에 잠을 못이루었다면 지난밤은 아이들과 첫 만남의
설레임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지새운 밤이었다.







애기능 숲속으로 생태학습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




아침 9시에 광명초등학교에 도착하자 희미한 영상과 목소리가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내가 초등학교때 이 운동장에서 뛰놀던 기억이 가물가물했기 때문이다. - 기자는
광명초등학교 출신이다.
출발장소에 도착하여 첫 인사를 나누었다. 그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밝아 보였다. 이렇게 한달에 한번 있는 장애우 나들이는 학부모들과 학생들, 그리고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 설레임을
주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가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불어펜으로 나뭇잎 모양을 만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진지하다.




애기능에 도착하자 뇌병변 1급 장애로 휠체어 없으면 이동을 할 수 없는 도화라는 1학년 여학우와 짝을 이뤄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비가 내리고 난 후라 오르는 길은 진흙길이어서 이동하기가 불편했다. 하늘에서는 소나기라도 쏟아져 내릴 듯 잔뜩 찌푸렸디만 금방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끈적끈적한 날씨였다.
여러 선생님들과 학우들이 손을 잡고 짝지어서 산길로 향하고 나와 도화는 그 뒤를 따라갔다. 걸으면서
나는 도화에게 무슨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무슨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나의 옛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도로가 아스팔트로 뒤덮여있지만 예전에는 돌흙길이어서 불편했다는 둥...
자전거라도 탈 때에는 덜커덩거려서 엉덩이가 아팠다는 둥... 혼잣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나의 말에 관심이 없는 줄만 알았던 도화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진짜 그랬어요?” 순간 놀랐다. 내
말을 듣고 있었구나! 그리고 내가 말했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함께 상상하고 있었구나! 누구나 마음은 하나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이 나와 도화에게 불어오는 기분이었다.







도화지에 그림그리고 남은 것은 뺨에....




과수원길 지나고 옛 묘와 비석들이 수백년동안 그 자리에
누워있는 애기능이 나오자 가파른 산길을 넘어야 했다. 하지만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힘이 났다. 도화와 친해지며 서로가 느낀 설레임
때문이었을까.
고불고불한 숲길을 조금 걷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도착하자 자그만 옹달샘같은 약수터에서 목을 축였다. 그리고 주변의
나뭇잎들을 주워서 흰 종이에 나뭇잎 붙이기를 하였다. 나뭇잎으로 여러 모양을 내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상상력도 키울수 있고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놀이였다. 아이들은 이렇게 흰 종이에 나뭇잎을 붙이고 나서 준비해온 불어펜으로 갖은 색상의 나뭇잎을 표현해냈다. 장난끼 넘치는 아이들은
모양을 예쁘게 내는 것 보다 입으로 불면 나오는 불어펜이 신기한 듯 서로 얼굴에 불어대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처음해본 놀이여선지 신기해 하는 아이들




한참이 지나자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굵어지는 빗줄기에 우리는 큰나무 밑에 몸을 숨기고 비를 피하였다. 그리고 준비해온 간식을 서로 나눠 주면서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도 맛보았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졌지만 아이들이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서둘러서 돌아갈 준비를 해야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길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모양이었다. 산을 내려올때는 환하게 웃으며 서로 손을 꼭 잡고 내려오는데 한여름에
시원한 소나기를 만난 듯 상쾌한 기분이었다. 오늘 장애우 나들이가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만남이었지만 나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기분좋은 하루에
시작이었다.





<2004. 7. 26 정중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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