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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하안초 마지막 나들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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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귀익 부장님! 지난 번 나들이 후기 여기에 올립니다...

새벽부터 내린 가을비로 온 거리가 촉촉합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마지막 나들이를 가는 날입니다. 계속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하안초등학교에 도착하니 하늘만 조금 어둡고 비는 그쳐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아이들과의 나들이 때는 비도 피해 갑니다. 아이들이 뛰어 나옵니다. 언제나 진형이는 차만 보면 실내화도 갈아 신지 않은 채 차로 돌진합니다. 겨우 달래서 신발을 신기고 차에 탑니다.
오늘은 원준이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울고 떼를 쓰던 모습은 간 데 없고, 점잖고 듬직한 모습입니다. 결석이 잦았던 상엽이도 오늘은 함께 하고, 자건이도 언제나처럼 “안녕하세요?” 하고 큰소리로 인사합니다.  아이들 모두가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예슬이는 규민이 손을 꼭 잡고 차에 오릅니다.

오늘 갈 곳은 두꺼비 목사님이 새로 이사한 교회가 있는 노온사동입니다. 항상 구름산만 가다가 새로운 곳으로의 나들이 입니다. 차로 20여분을 달려 가니 나지막한 산들로 포근하게 둘러싸인 동네가 나옵니다. “와우~ 광명에 이런 곳이 있었나?”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예쁜 동네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그 안에 마을이 폭 싸여 있습니다. 촉촉히 젖은 나무들의 향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 상쾌한 기운이 돕니다. 아이들은 그 동안 갔던 곳 보다 조금은 가파른 길을 잘도 따라갑니다. 진형이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진형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평지조차 제대로 잘 걷지 못했던 친구입니다. 올 해 들어 너무나 건강해진 진형이는 가파른 길도 조금만 도와주면 잘 올라갑니다. 조금 올라 가니 마치 70년대 우리네 살던 담장 낮은 집들이 나오고,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니 목사님의 교회가 보입니다.  교회를 지나 다시 내려와서 숲 속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아무 말도 필요가 없습니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흙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신이 나는 모양입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 가는데 진형이가 노래를 부릅니다. 무슨 노래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기분이 좋아 저도 아무렇게나 따라 부릅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목사님의 교회로 들어갔습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신발이 모두 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교회 현관이 흙 바닥이 되었는데도, 목사님 사모님은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십니다. 훈훈한 인정을 느끼며 작은 방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나무 액자를 만들 겁니다. 산책을 하며 가져온 나무 열매며 낙엽이며 솔가지 등을 상 위에 펼쳐 놓고, 정성껏 풀칠하여 빈 나무 판에 붙이기 시작합니다. 자건이는 구석에 앉아서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원준이가 안하고 앉아 있자 희주가 옆에서 도움을 줍니다. 현명이는 한 개를 후딱 만들고 또 하나를 달라고 합니다. 의세도 어느새 작품을 완성하고 의젓하게 앉아있습니다. 잘생긴 현민이도, 깔끔한 도련님 도현이도,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운 명수도 멋진 작품을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상일이와 몸이 날쌘 몇몇 친구들은 어느새 옆 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하겠다고 합니다. “ 안돼. 오늘은 컴퓨터를 하러 온 게 아니니까 여기서 액자 만들고 간식 먹자”   간식을 먹자는 소리에 아이들은 얼른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생협에서 나온 사과와 마늘 빵, 과자 등을 먹고, 이제 돌아갈 차비를 합니다.

현명이는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에 또 안 와요?” 하고 묻습니다. 작년에도 현명이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 때는 “현명아 내 년에 우리 또 만나자” 하고 약속을 했지만 올 해는 약속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내 년에 또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아마 내 년에는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현명아, 민들레도 내 년에 또 너희들을 보고 싶단다.’ 그러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명이는 눈 빛이 또랑또랑 한 아이입니다. 그 것이 너무 지나쳐 안정시키는 약을 먹고 오는 날은 또랑또랑한 눈빛이 슬픈 눈 빛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원준이도 끝 날 때 까지 고집을 부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이것이 마지막 나들이라는 걸 느끼는 걸까요? 우리와의 나들이는 마지막이지만 누구라도 아이들과 함께 자연의 품 속을 찾아 자주 나들이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너무나도 자연과 잘 어울려 원래 그 속에 있던 아이들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학교로 돌아가가는 차에 아이들이 오릅니다. 상엽이가 코딱지 신발을 신고 차에 타 버렸습니다. 언제나 착하고 순한 상엽이는 자기의 신발과 조금 비슷한 코딱지의 신발을 자기 것으로 알았나 봅니다. 덕분에 교회 안에서는 코딱지의 신발을 찾느라 잠시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학교로 돌아 오는 차 안에서도 예슬이는 여전히 규민이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규민이도 함께 손을 꼭 잡고 앉아 있습니다. 현일이는 오늘 손 돌리는 것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 자건이를 꼭 안아줍니다. 2년 동안 내 짝궁이었던 자건이에게 “자건아! 건강하게 잘 지내. 알았지?” 하니 자건이가 “네” 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쏜살같이 교실로 달려 들어갑니다. 야속함이 살짝 마음을 건드리고 달아납니다.

2년의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안에서 우리 아이들은 참 많이 건강해지고, 많이 성장했습니다. ‘얘들아! 숲 속의 푸른 나무처럼 그렇게 튼튼하게 씩씩하게 잘 자라렴!’ 마음으로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아쉬움으로 밟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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