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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와 빈곤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미국의 한 이주민 아파트 단지. 공터에는 주민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와 오물들이 뒤범벅되어 있다. 아파트 주위는 물론 사람들의 표정 어디에도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러던 그곳에 누구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기적이 일어난다.
한 베트남 소녀가 공터 한 구석에 심어놓은 강낭콩 싹이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소녀가 심어놓은 가녀린 콩줄기가 행여 말라죽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내던 사람들은 급기야 자기만의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다. 흉물처럼 쌓여 있던 쓰레기와 오물이 치워지고 그 자리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텃밭이 속속 들어선다.
일거리가 없어 허구한 날 방구석에 틀어박혀 텔레비전이나 보던 사람들과 을씨년스런 길거리가 싫어 외출을 삼가던 노약자들, 놀이터가 없어 컴퓨터 방으로 몰려다니던 아이들, 고된 노동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식구들에게 지청구부터 늘어놓던 가장들, 식품점에 갈 때마다 감자 한 알을 가지고 수없이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하릴없이 모여서 남 흉보기에 골몰하던 주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누가 더 풍성하고 예쁜 텃밭을 만드나 시합이 벌어진 것이다. 매일같이 공庫?출근하다 보니 전에는 서로 마주쳐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사람들이 자기가 심어놓은 채소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 자랑하느라, 또는 옆집 농사의 비결을 정탐하느라 먼저 말을 걸기에 바빴다. 이렇게 몇 계절을 거치는 동안 어느덧 그곳은 불결함과 무기력 대신 생명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녹색 아파트 공동체’로 변해 갔다. 이것은 폴 플라이쉬만이 쓴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비록 소설 형식이지만 도시농업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직후 한때 귀농인구가 반짝하고 늘어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얼마 안 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시대에 전업농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확인했을 뿐이다. 전업농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태생이 농부이거나 사업가 뺨치는 경영능력이 없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전업농은 이렇듯 힘들고 게다가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기반을 두고 사는 마당에 부분적이나마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있다. 도시농업이 그것이다. 도시농업은 위에서 보듯 도시와 근교를 배경으로 도시문제와 식량주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전략이다.
어쩌면 도시농업은 과도한 도시화로 인해 삶의 질이 극도로 나빠진 한국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웰빙’정책인지도 모르겠다. 도시농업의 이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넓고 다양하다. 먼저 자기가 농사지어서 먹으니 가계비 절약은 물론 식품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가장 골치 아픈 도시문제 가운데 하나인 음식물 찌꺼기의 전면적인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자연히 나라 전체의 식량자급률도 높아진다. 도시 녹화에 기여함으로써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도시의 유휴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효과와 함께 사회불안 요소가 줄어든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강박증에 시달리는 도시인에게는 원예치료 효과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네 텃밭을 일굼으로써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도시농업의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여 도시농업이 중요한 도시정책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일례로 캐나다 서부해안의 최대 도시인 밴쿠버의 경우 시민의 44%가 도시농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시유지에 마련된 커뮤니티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시민이 8만명이나 된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자동차 대수가 아니라 이런 분야에서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한 베트남 소녀가 공터 한 구석에 심어놓은 강낭콩 싹이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소녀가 심어놓은 가녀린 콩줄기가 행여 말라죽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내던 사람들은 급기야 자기만의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다. 흉물처럼 쌓여 있던 쓰레기와 오물이 치워지고 그 자리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텃밭이 속속 들어선다.
일거리가 없어 허구한 날 방구석에 틀어박혀 텔레비전이나 보던 사람들과 을씨년스런 길거리가 싫어 외출을 삼가던 노약자들, 놀이터가 없어 컴퓨터 방으로 몰려다니던 아이들, 고된 노동으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식구들에게 지청구부터 늘어놓던 가장들, 식품점에 갈 때마다 감자 한 알을 가지고 수없이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하릴없이 모여서 남 흉보기에 골몰하던 주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누가 더 풍성하고 예쁜 텃밭을 만드나 시합이 벌어진 것이다. 매일같이 공庫?출근하다 보니 전에는 서로 마주쳐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사람들이 자기가 심어놓은 채소가 얼마나 잘 자라는지 자랑하느라, 또는 옆집 농사의 비결을 정탐하느라 먼저 말을 걸기에 바빴다. 이렇게 몇 계절을 거치는 동안 어느덧 그곳은 불결함과 무기력 대신 생명과 사랑이 흘러넘치는 ‘녹색 아파트 공동체’로 변해 갔다. 이것은 폴 플라이쉬만이 쓴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비록 소설 형식이지만 도시농업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직후 한때 귀농인구가 반짝하고 늘어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얼마 안 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시대에 전업농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확인했을 뿐이다. 전업농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태생이 농부이거나 사업가 뺨치는 경영능력이 없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전업농은 이렇듯 힘들고 게다가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 기반을 두고 사는 마당에 부분적이나마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있다. 도시농업이 그것이다. 도시농업은 위에서 보듯 도시와 근교를 배경으로 도시문제와 식량주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전략이다.
어쩌면 도시농업은 과도한 도시화로 인해 삶의 질이 극도로 나빠진 한국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웰빙’정책인지도 모르겠다. 도시농업의 이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넓고 다양하다. 먼저 자기가 농사지어서 먹으니 가계비 절약은 물론 식품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가장 골치 아픈 도시문제 가운데 하나인 음식물 찌꺼기의 전면적인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자연히 나라 전체의 식량자급률도 높아진다. 도시 녹화에 기여함으로써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도시의 유휴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효과와 함께 사회불안 요소가 줄어든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강박증에 시달리는 도시인에게는 원예치료 효과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네 텃밭을 일굼으로써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도시농업의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여 도시농업이 중요한 도시정책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일례로 캐나다 서부해안의 최대 도시인 밴쿠버의 경우 시민의 44%가 도시농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시유지에 마련된 커뮤니티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시민이 8만명이나 된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자동차 대수가 아니라 이런 분야에서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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