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행처럼 번지는 체험학습프로그램을 보면서 저걸 왜할까?라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을 했다. 적어도 서울의 공원에서 진행되는 공원이용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자연체험은 분명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걸 왜 공원에서 하지?라고 묻는다면, 우물쭈물해야 하는 게 나의 태도였다.
국립공원이나 자연공원, 맑은 계곡이 흐르는 그런 곳에서 하면 훨씬 재미나고 자연에 더 가까울텐데 왜 서울의 공원일까?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이제 국립공원과 같이 원자연에 가까운 지역은 자연자원보존이라는 절대절명의 사명을 수행하는 공간이기때문에 인간의 행위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우리가 하고자하는 오감만족 재미충족이라는 목표를 수행하기엔 제한적인 공간이다, 다만 자연이 주는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감탄하는 곳인셈이다. 그러나 그런 경이로움의 체험은 삶의 이벤트가 아니던가,
나의 삶속에 자연과의 만남, 그것을 통한 즐거움과 추억을 만드는 공간은 언제나 접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만 가능하다. 서울이라는 고도의 거대도시에서 자연을 만나는 장으로 가장 편안한 곳이 서울의 공원이다, 그러나 서울의 공원은 원자연의 모습이 아닌 사람에 의해 조성된 공간이다, 그만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또한 적극적으로 사람이 가꾸어야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서울의 공원에서 자연을 만난다는 것은 제한된 자연, 연출된 자연을 만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원자연에서 풀을 뽑는 것, 선택적으로 곤충을 제어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지만, 서울의 공원은 공원의 최종목표가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정해져 있다. 습지는 육지로 변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지만, 공원에 조성된 습지는 습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한계내에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한다. 즉 공간이 좁은 하천에 수생식물이 자라는 것은 육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육지화가 진행되는 지역은 준설을 통해 습지로 보존해줘야 한다. 다시말해 우리가 서울의 공원에서 생태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은 공원조성목적에 준하여(필요하다면 조성목적을 수정하여 리뉴얼해야 겠지만) 그 기능을 가장 잘하는 상태로 보존하는 활동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어야한다.
공원의 나무의 병해충이나 옮겨심기, 가지치기, 솎아내기도 마찬가지 이며 풀을 뽑아주는 공원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자연생태적으로 본다면 말도안되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서울의 공원에서는 필요에 따라서는 약제로 병해충을 관리하기도 하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이용자의 선호에 따라 공간을 창조하고 재구성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서울의 공원에서 자연을 만난다는 것은 원자연에서 펼쳐지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아닌 사람이 창조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생태적 삶터를 만들어가는 기술과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서울의 공원에서 만나는 자연체험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새가 없는 공원보다 새가 사는 공원으로, 비둘기와 까치의 세상이 아닌 박새와 찌르레기, 오목눈이가 사는 공원으로, 매미와 모기의 세상이 아닌 거미와 무당벌레, 풀무치 메뚜기가 뛰어노는 공원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으로 꾸며지길 바라면서 서울햇살자연학교에서 진행되는 공원이용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의 공원에 출현하는 야생동물(방사되지 않은 자연적으로 찾아온)을 반가이 맞이하고, 이들과 공존의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보다 진지한 논의와 삶의 양식을 끌어내는 장이되길 바란다.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에 갈 강화 나들길 기사(퍼옴) (0) | 2010.02.23 |
---|---|
트위터를 시작했습니다 (1) | 2010.02.22 |
두꺼비들 순창 일박이일 답사랑 엠티다녀왔어요 (0) | 2010.01.22 |
누구일까요??? (2) | 2010.01.13 |
2010 새해가 버얼써 밝았습니다. (0) | 2010.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