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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주도 둘째날(여울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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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납니다.

문어를 넣은 라면으로 따뜻하고 시원하게 속을 푸는 아침을 먹습니다.

오늘은 '제주의 역사'를 알아보는 날

12년전 초등 5,6학년 아이들과 엄마들을 모아서 3박4일 제주도 여행을 한 적이 있었지요.

첫날 제주의 역사, 둘째날 제주의 문화, 셋째날 제주의 생태..

그때 안내를 해 주신 '제주문화관광개발원' 강남규 원장님께서 이번여행도 함께 해주시기로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몇번을 제주도를 갔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된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난 충격적인 기억에

두꺼비산들학교 선생님들도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시는 돌하루방(강님규 원장님)께 간곡히 부탁했었지요.


아침부터 날이 흐려지고 진눈깨비가 뿌리더니 점점 눈발로 변해갑니다. 

먼저 제주 4.3 평화공원으로 갑니다.

해방후 스스로를 지키고 분단을 반대하던 도민들에 대해 미군정과 정부가 합동으로 저지른 만행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6.25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사건입니다.

4.3사건의 발단부터 현재까지의 기록과 증언들이 모여 있습니다.

민간인을 발포하여 죽이자 성난 주민들이 일어나고, 폭동으로 간주해서 고문과 투옥 집단학살 암매장, 계엄령, 진압..

항상 위정자는 외세를 업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백성들을 억누르는가 봅니다.

돌고 도는 역사..

당사자의 원한과 후손들의 억울함, 원통함, 한이 그대로 느껴져 가슴이 아려옵니다.

아직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비석에 이름을 새기지 못한채  누워있는 '백비'

피해자의 후손이기도 한 돌하루방의 설명을 들으며 충격으로 모두 할말을 잃었습니다.

묘소에 올라가 참배를 드리려 했는데 눈이 와서 마당으로 나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옵니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비로 변해 가랑비가 내립니다.

항몽유적지로 갑니다.

제주도의 어느곳보다 독립적이었지만 끈입없이 육지인들로 부터 피해를 당해 온 항쟁의 역사입니다.

제주도에 말이 들어온 유래, 원나라와의 관계, 외적에 대해 쌓은 토성, 토성주변의 자연 해자

토성위에 서니 저 멀리 해변이 보여 적군이 쳐들어오는것을 다 볼 수 있네요.

전체를 둘러보고 토성위를 걷기도 하고

아이들은 토성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며 놀이를 합니다.

 

 

 

 

 

 

 

 

 


갈치조림으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수월봉으로 갑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해가 납니다.

바다를 끼고 수월봉으로 올라가는 길,  몸이 날아갈 듯 세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눈로 바뀌고  비가 내리다  햇살이 비추더니 바람이 부는..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하루에 다 만난 날입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화산쇄설층, 주상절리, 용암과 마그마의 차이, 분화구..

지리시간에 배운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지질공원입니다.

화산쇄설층의 진기한 모습에 한참을 바라봅니다.

바람부는 바닷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노을이 집니다.

날씨가 흐려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더욱 신비한 보습입니다.

 

 

 


알뜨르비행장으로 갑니다.

가는길 옆 감자밭에 아직도 감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땅이 얼지 않는 제주도는 수확후 남은 감자를 씨감자로 그대로 밭에 둔다고 합니다.

돌하루방이 한사람이 3개씩 가져오라고 하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밭에 들어가서 감자를 주워옵니다.

흙이 부드러워 자꾸 만지고 싶어지네요.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때 가미가제에 동원된 전투기의 격납고로

지붕에 띠를 입혀 하늘에서 보면 그냥 들판으로 보이게 위장을 했던 곳입니다.

활주로와 격납고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에서 송악산 분화구로 넘어갑니다.

6.25때 4.3사건으로 투옥된 사람들을 야밤에 끌고와서 일제의 화약보관고에 쓸어넣어 생매장 시킨 곳입니다.

몇십년동안 함구령에 접근금지를 시켜 시체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시신을 찾았을때는

어느뼈가 누구의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상은 백명이나 자손은 다같이 한명이라는 뜻의  '백조일손지지'라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 분통함, 억울함, 자손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생각나서 설명을 듣는 내내 울컥거리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다함께 묵념으로 원혼들을 위로하고, 숙연해진 표정으로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다행히 국민의 정부에 와서 대통령이 직접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이어서 특별법이 제정되고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후손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네요.

대통령이 사과를 하는 영상에는 유족들이 일어서서 박수치며 환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부모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지도 못한채 불이익을 받으며 살아온 자손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때부터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그 '평화'의 뒷모습이 참으로 참혹했네요.

우리가 유명관광지라고 다니면서 놀고 즐겼던 곳곳이 모두 4.3사건과 관련된 참혹한 장소입니다.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은 아리고 아린 슬픈 역사를 안고 있었네요.

 

 

 

 저녁에는 해물전골을 먹기로 합니다.

전복을 비롯한 여러가지 해물과 옥돔구이로 맛있는 저녁을 먹는 내내

기사님과 함께 식사를 하시는 돌하루방을 바라봅니다.

4.3사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나셔서

처음에는 울면서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아픈 기억을 들춰낸 오늘 하루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술이라도 한잔 권해 위로해 드리고 싶어

하루종일 바람 맞았으니 저녁드시면서 소주한잔 하자고 하니 일하는 도중에는 술을 안 드시겠다고 하십니다.

내일저녁 우리를 보낸후 한잔 하시겠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역사에 대해, 국가에 대해, 지금의 현실에 대해

우리의 부모에 대해, 우리의 자식들에 대해,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또 새벽4시가 되어 잠자리에 듭니다.

모두가 가슴 먹먹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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