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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주도 셋째날(여울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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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일어나서 준비합니다.

씻고 가방을 싸고 남은 음식과 재료를 나누어 넣고

분주히 움직이는데... 해가 뜹니다.

하던일 멈추고  멀리 불그레 떠오르는 해를 바라봅니다.

아침은 매운탕에 밥 또는 샌드위치에 커피..각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골라서 먹습니다.

버터에 구은빵과 계란, 금방 내린 커피가 일품입니다.

 

오늘은 제주도의 생태를 찾아가는 날입니다.

천년의 숲 비자림과 아부오름

그리고

바람의 자식같은 김영갑의 사진을 보러 갑니다.

 

차안에서 돌하루방의 설명을 듣고 먼저 비자림으로 갑니다.

제주하면 늘 와보고 싶었던 천년의 숲, 비자림.

목질이 단단하면서도 수피가 푹신푹신해서 최고의 바둑판으로 쓰이고

열매로 짠 기름은 폐와 기관지, 위장에도 좋아서 스님들이 가까이 두고 약으로 사용하였었지요.

숲에 들어서서 반들반들한 잎도 만져보고, 잎을 씹어서 향기도 맡아보고

한아름 되는 나무를 안고 그 기운도 느껴봅니다.

붉은 흙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맨발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겨울맨발흙길 걷기.. 걷기전에 맨발들이 모여서 화이팅을 합니다. 맨발 화이팅!!

처음에는 시원싸늘하다 발이 시리다 못해 저리더니 종아리까지 감각이 없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오히려 열이 나면서 몸이 따뜻해집니다.

2000년에 990살이 된 '새천년나무'까지 와서 신발을 신고 데크를 돌아 비자림숲길을 걸어나옵니다.

 








아부오름으로 갑니다.

계단으로 된 오름에 올라서 큰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분화구를 한바퀴 돌기로 합니다.

싱싱한 소나무를 보며 청정한 제주를 실감합니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푹신푹신한 둑길같은 오름길을 걷습니다.

때죽은 아이들과 신나게 놉니다.

서로 잡고 달리고 숨은 때죽을 찾아내어 솔방울로 공격하기도 하고..

옷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수억년전 제주가 생기던 때를 상상해봅니다.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제주의 향토음식.. 똥돼지불고기

돌하루방이 우리가 내놓은 똥은 결국 우리가 먹는다는 자연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매운 불고기를 잘도 먹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산들바람과 여울각시는 특별히 비빔밥을 주문해서 먹고.

모두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이제 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김영갑 갤러리로 갑니다.

낮으막한 돌담이 정겨운 폐교를 개조한 갤러리

마당에 들어서니 수선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와~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눈을 맞추고 향기를 맡습니다.

겨울 제주여행의 백미, 수선화 향기맡기..

추사 김정희가 가져와 심기 시작하었다는 제주 수선화가 마당에 다소곳이 피어있습니다.

갤러리로 들어서니 김영갑의 건강했던 모습과 루게릭병을 앓던 죽기 직전의 모습,

생전의 작업실, 흑백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죽을때까지 제주의 오름을 찍었던 작가, 바람의 아들같은 김영갑의 사진들.

김영갑 사진속의 오름은 부드럽고 따뜻한듯한데, 한편으론 헹한 바람같은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마당에는 햇살이 가득합니다.

천천히 마당을 한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햇살비추는 마당에 둘러앉아 얘기도 하고..

나무사이 돌담사이는 미로같이 재미있어서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다니고

우리는 갤러리뒷편에 있는 무인까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차를 마십니다.

작은 까페는 곳곳에 창을 내어 바깥풍경이 사진기 앵글속에 담긴듯이 보입니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전에 시간이 남아서 바닷가로 갑니다.

검은 바위에 서서 내려다 보는 바다

파도가 달려와서 바위를 때리고 하얗게 부서지고 또 몰려와 소리를 내며 때립니다.

제 성질 감추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들고 부서지는 파도를 내려다보니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도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정말 그러네요.



일정을 모두 마치고 공항으로 옵니다.

이틀을 함께한 돌하루방이 공항안까지 들어오셔서 떠나는 우리들을 배웅 하십니다.

정말 감사했다고 인사를 드리고 헤어집니다.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분입니다.  또 언제 만나게 될지..

 

비행기를 타니 그제서야 피곤함이 몰려옵니다. 

눈을 감고 되돌려봅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다른 세상에 갔다 온듯 일상을 다 잊고 있었네요.

참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제주여행을 해본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제대로 제주를 아는 여행을 해본 사람은 또 많지 않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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