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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고 싶은 사람들 여기를 보세요. 톡 쏘는 맥주 한 잔 마시자고 눈길을 모으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톡토기를 아는지 묻고 싶어서 보자 한 것이지요. 톡톡이가 아니라 톡토기입니다. 모르시는군요. 하긴, 아직 시멘트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를 아직 떠나지 못하는 저도 톡토기를 거의 모릅니다. 그저 그런 녀석들이 숲 속 낙엽 아래에서 톡톡 튀며 살아간다는 정도나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들어선 전문가들이 낙엽을 뒤적여야 눈에 띄는 녀석들을 큰 곤충도감도 소개하길 외면하는데, 보통 시민들이 알 턱이 없겠습니다. 톡톡 튀지만 결코 튀지 못하는 톡토기를 이참에 튀게 해볼까요.
최근 환경부가 발행한 《한국고유생물종 도감》은 149종의 톡토기가 한국특산종이라고 소개합니다. 한 종도 아니고 무려 149종이 우리나라에만 있다는데, 우린 톡토기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본 적은 물론, 들어본 적도 없는 톡토기를 어떻게 하면 발랄 깜찍한 연예인처럼 톡톡 튀게 할 수 있을까요. 실험실에 잡아다 놓으면 분명히 사방팔방으로 톡톡 튀어 다니는데, 사람들의 눈에 통 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말이면 근교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마다 밀려드는 자동차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데, 허구헛날 자연을 찾는 시민들도 톡토기를 알지 못하더군요.
저는 톡토기를 뜻하지 않게 만났습니다. 아마 어떤 환경단체에서 주최한 생태기행이었을 겁니다. 그림책으로 보는 도롱뇽 한 마리, 말로만 듣던 수서곤충을 들여다보려고 도시인들은 관광버스 타고 이른 아침부터 멀리 나가야 합니다. 자연과 감성을 주고받지 못하는 아이들 손을 잡고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며, 교과서에 소개된 생물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신기해하는 참석자들과 둘러앉아 김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산에서 흘린 땀을 계곡에서 식히며 일행은 상기된 표정으로 도시락을 펼쳤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는 참 민망했습니다. 민망한 상황으로 톡토기를 만난 것입니다. 저야 민망하다 이야기하지만 당시 저와 만난 톡토기는 제 말에 어처구니없어 여길 것입니다. 그 톡토기들은 끔찍한 재앙이었을 테니까요. 누군가 차가운 계곡에 담갔던 캔 맥주를 돌렸고, 건배를 위해 도시락을 잠시 마른 낙엽 위에 내려놓았다 들었는데, 김밥에 검정깨가 박혀 있습니다. 아내가 검정깨를 비벼 김밥을 말았나 생각하며 씹는데, 터지는 검은깨 맛이 좀 이상합니다. 씁쓰레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김밥 속의 검은깨가 움직이네요. 아니, 톡톡 튑니다. 그만 톡토기를 먹었던 거지요.
낙엽 속에 숨어 낙엽을 분해시키며 살던 톡토기가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따라 나와 톡톡 튀어 김밥에 달라붙었고, 톡토기를 검은깨로 착각한 저는 김밥을 입에 넣었습니다. 낙엽 속보다 더 어둡고 숨 막힐 듯 무더운 곳에 갑자기 갇히더니 혀와 침과 어금니로, 아, 더는 표현하기 끔찍한 공포를 저는 톡토기에게 강요했고, 톡토기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씁쓰레한 맛보다, 처음 만난 톡토기를 잡아먹고 말았다는 낭패감이 스미더군요. 김밥에 달라붙은 톡토기들을 후- 부어 다시 낙엽 속으로 보내고, 미안한 마음에 몇 개의 김밥을 낙엽 속에 넣어주었습니다. 김밥은 이내 검정깨로 뒤덮이더군요.
세계적으로 3천여 종, 우리나라에만 9과 200여 종이 알려진 톡토기, 요즘 점차 보기 어려워진다고 학자들은 아쉬워합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인적이 드문 도시 근교에서 흔히 관찰했지만 요즘은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다고 푸념합니다. 우리나라 톡토기의 분류와 진화에 대한 연구로 일생을 바치고 전남대학교에서 은퇴한 이병훈 교수는 새로운 종을 밝혀내는 즐거움보다 서식공간을 잃어 사라지는 종에 가슴 아파합니다. 톡토기 뿐이 아닙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지구 상 생물종의 삼분의 일이 5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염려합니다. 200년이 지나면 지구 토양 위에는 오직 인간만이 살아남는 걸까요.
톡토기가 많은 흙에는 대부분의 식물들이 건강하다고 합니다. 낙엽 사이에서 곰팡이와 미생물들을 즐겨먹는 톡토기는 지렁이와 함께 토양을 건강하고 기름지게 합니다. 썩은 농작물을 먹어치우며 농토에서 왕성하게 번식하기도 하는데, 이를 귀찮게 여겨 살충제를 뿌리는 농부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미생물 감염으로 망가진 농토를 톡토기를 도입해 살릴 정도로 유익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초제와 살충제로 흥건한 우리 농촌에서 톡토기를 더는 보기 어렵습니다. 거듭되는 산림 해충으로 항공방제가 한층 고약해진 요즘, 깊은 산이라고 눈에 잘 띌지 걱정입니다.
변태를 하지 않는 곤충의 일종인 톡토기는 아랫배에 도약기가 붙어 있어 급하거나 구애할 때 톡톡 튑니다. 사람으로 치면 3층 높이를 튀는 셈인데, 그래보았자 눈에 잘 띄지 않고 멀리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 커봐야 5밀리미터, 대개 2밀리미터에 불과한 톡토기는 날개마저 없어 멀리 이동하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진화돼 지구 생물종의 일원이 된 생태계의 터줏대감입니다. 오래된 화석에도 나타난다더군요. 멀리 이동하지 않는 습성은 지역과 토양에 끈질기게 적응, 다양한 한국특산종으로 분화돼 우리 땅에 깃들어 있습니다만, 우리는 톡토기의 존재를 무시합니다.
생명이 숨 쉬는 땅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하는 사람들은 살충제와 제초제, 환경호르몬과 방부제들을 생태계에 살포합니다. 그 결과 톡토기만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낳은 아기의 몸에 아토피를 발생시키고, 젊은이 사이에 불임을 증가하게 합니다. 땅을 오염시켰기 때문입니다. 톡토기는 수컷이 제 정자가 들어간 주머니를 여기 저기 세워놓은 대롱에 얹어놓는다고 합니다. 정자 주머니를 암컷이 걷어가면서 성관계를 가진다는데, 동물행동학자 서울대학교 최재천 교수는 “인터넷에 멋진 신상명세를 올려놓고 제가끔 정자와 난자를 팔고 사는 시대가 오면 우린 톡토기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으로 평합니다. 교란된 환경에서 불임부부가 많아져도 산과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들의 앞날은 톡토기보다 안전할까요.
1만년 사이에 당시 존재했던 생물종의 95퍼센트가 사라진 ‘제5의 멸종’은 6500만 년 전에 있었습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합니다. 50년에 삼분의 일이 사라지는 현상은 6500년 전보다 급작스럽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교란합니다. 200년 이후의 인간은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요즘을 ‘제6의 멸종’이라고 생태학자들은 경고합니다. 사라지는 톡토기는 무엇을 웅변하는지, 도약기도 없이 톡톡 튀고 싶은 사람들, 제발 정신차려야합니다. (물푸레골에서, 2006년 2월호)
최근 환경부가 발행한 《한국고유생물종 도감》은 149종의 톡토기가 한국특산종이라고 소개합니다. 한 종도 아니고 무려 149종이 우리나라에만 있다는데, 우린 톡토기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본 적은 물론, 들어본 적도 없는 톡토기를 어떻게 하면 발랄 깜찍한 연예인처럼 톡톡 튀게 할 수 있을까요. 실험실에 잡아다 놓으면 분명히 사방팔방으로 톡톡 튀어 다니는데, 사람들의 눈에 통 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말이면 근교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마다 밀려드는 자동차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데, 허구헛날 자연을 찾는 시민들도 톡토기를 알지 못하더군요.
저는 톡토기를 뜻하지 않게 만났습니다. 아마 어떤 환경단체에서 주최한 생태기행이었을 겁니다. 그림책으로 보는 도롱뇽 한 마리, 말로만 듣던 수서곤충을 들여다보려고 도시인들은 관광버스 타고 이른 아침부터 멀리 나가야 합니다. 자연과 감성을 주고받지 못하는 아이들 손을 잡고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며, 교과서에 소개된 생물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신기해하는 참석자들과 둘러앉아 김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산에서 흘린 땀을 계곡에서 식히며 일행은 상기된 표정으로 도시락을 펼쳤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는 참 민망했습니다. 민망한 상황으로 톡토기를 만난 것입니다. 저야 민망하다 이야기하지만 당시 저와 만난 톡토기는 제 말에 어처구니없어 여길 것입니다. 그 톡토기들은 끔찍한 재앙이었을 테니까요. 누군가 차가운 계곡에 담갔던 캔 맥주를 돌렸고, 건배를 위해 도시락을 잠시 마른 낙엽 위에 내려놓았다 들었는데, 김밥에 검정깨가 박혀 있습니다. 아내가 검정깨를 비벼 김밥을 말았나 생각하며 씹는데, 터지는 검은깨 맛이 좀 이상합니다. 씁쓰레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김밥 속의 검은깨가 움직이네요. 아니, 톡톡 튑니다. 그만 톡토기를 먹었던 거지요.
낙엽 속에 숨어 낙엽을 분해시키며 살던 톡토기가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따라 나와 톡톡 튀어 김밥에 달라붙었고, 톡토기를 검은깨로 착각한 저는 김밥을 입에 넣었습니다. 낙엽 속보다 더 어둡고 숨 막힐 듯 무더운 곳에 갑자기 갇히더니 혀와 침과 어금니로, 아, 더는 표현하기 끔찍한 공포를 저는 톡토기에게 강요했고, 톡토기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씁쓰레한 맛보다, 처음 만난 톡토기를 잡아먹고 말았다는 낭패감이 스미더군요. 김밥에 달라붙은 톡토기들을 후- 부어 다시 낙엽 속으로 보내고, 미안한 마음에 몇 개의 김밥을 낙엽 속에 넣어주었습니다. 김밥은 이내 검정깨로 뒤덮이더군요.
세계적으로 3천여 종, 우리나라에만 9과 200여 종이 알려진 톡토기, 요즘 점차 보기 어려워진다고 학자들은 아쉬워합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인적이 드문 도시 근교에서 흔히 관찰했지만 요즘은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다고 푸념합니다. 우리나라 톡토기의 분류와 진화에 대한 연구로 일생을 바치고 전남대학교에서 은퇴한 이병훈 교수는 새로운 종을 밝혀내는 즐거움보다 서식공간을 잃어 사라지는 종에 가슴 아파합니다. 톡토기 뿐이 아닙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지구 상 생물종의 삼분의 일이 5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염려합니다. 200년이 지나면 지구 토양 위에는 오직 인간만이 살아남는 걸까요.
톡토기가 많은 흙에는 대부분의 식물들이 건강하다고 합니다. 낙엽 사이에서 곰팡이와 미생물들을 즐겨먹는 톡토기는 지렁이와 함께 토양을 건강하고 기름지게 합니다. 썩은 농작물을 먹어치우며 농토에서 왕성하게 번식하기도 하는데, 이를 귀찮게 여겨 살충제를 뿌리는 농부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미생물 감염으로 망가진 농토를 톡토기를 도입해 살릴 정도로 유익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초제와 살충제로 흥건한 우리 농촌에서 톡토기를 더는 보기 어렵습니다. 거듭되는 산림 해충으로 항공방제가 한층 고약해진 요즘, 깊은 산이라고 눈에 잘 띌지 걱정입니다.
변태를 하지 않는 곤충의 일종인 톡토기는 아랫배에 도약기가 붙어 있어 급하거나 구애할 때 톡톡 튑니다. 사람으로 치면 3층 높이를 튀는 셈인데, 그래보았자 눈에 잘 띄지 않고 멀리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 커봐야 5밀리미터, 대개 2밀리미터에 불과한 톡토기는 날개마저 없어 멀리 이동하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에 진화돼 지구 생물종의 일원이 된 생태계의 터줏대감입니다. 오래된 화석에도 나타난다더군요. 멀리 이동하지 않는 습성은 지역과 토양에 끈질기게 적응, 다양한 한국특산종으로 분화돼 우리 땅에 깃들어 있습니다만, 우리는 톡토기의 존재를 무시합니다.
생명이 숨 쉬는 땅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하는 사람들은 살충제와 제초제, 환경호르몬과 방부제들을 생태계에 살포합니다. 그 결과 톡토기만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낳은 아기의 몸에 아토피를 발생시키고, 젊은이 사이에 불임을 증가하게 합니다. 땅을 오염시켰기 때문입니다. 톡토기는 수컷이 제 정자가 들어간 주머니를 여기 저기 세워놓은 대롱에 얹어놓는다고 합니다. 정자 주머니를 암컷이 걷어가면서 성관계를 가진다는데, 동물행동학자 서울대학교 최재천 교수는 “인터넷에 멋진 신상명세를 올려놓고 제가끔 정자와 난자를 팔고 사는 시대가 오면 우린 톡토기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으로 평합니다. 교란된 환경에서 불임부부가 많아져도 산과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들의 앞날은 톡토기보다 안전할까요.
1만년 사이에 당시 존재했던 생물종의 95퍼센트가 사라진 ‘제5의 멸종’은 6500만 년 전에 있었습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합니다. 50년에 삼분의 일이 사라지는 현상은 6500년 전보다 급작스럽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교란합니다. 200년 이후의 인간은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요즘을 ‘제6의 멸종’이라고 생태학자들은 경고합니다. 사라지는 톡토기는 무엇을 웅변하는지, 도약기도 없이 톡톡 튀고 싶은 사람들, 제발 정신차려야합니다. (물푸레골에서, 200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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