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x100
시흥갯벌의 염생식물 및 중요성 [3]
3. 갯벌을 지켜야 하는 이유
벌과 염습지 식생을 포함하는 연안 습지 생태계는 무엇 때문에 중요하고, 어떤 보전가치가 있으며, 어떻게 보존하여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들과 관련 연구소 또는 학술단체에서 많은 연구와 지적이 있어왔다. 이러한 문제에 답을 구하려면 갯벌과 염습지 식생의 기능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연안 습지 생태계의 다양한 기능 : 연안 습지 생태계는 자연 정화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와 기후를 조절하고, 연안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태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양식업 등에 이용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발휘한다. 최근에는 관광이나 휴식을 위한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더불어 자연 탐구 학습을 위한 교육의 장소가 되고 있다.
태적 기능
해양 생태계 중에서 1차 생산력의 연평균 생산율을 살펴보면 하구역이나 해조숲-산호초 생태계의 생산력이 대륙붕이나 용승 해역보다 4배 정도 더 높고 외해역보다는 거의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습지 생태계의 생산력이 대륙붕보다는 10배, 외해역보다는 거의 30배 이상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 다만 외해역은 생산력이 낮다 할지라도 그 면적이 전세계 해역의 90퍼센트 이상이기 때문에 지구 해양 생산력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위협을 받고 있는 생물 종의 약 3분의 1 이상이 습지 생태계에서만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전체 생물 다양성의 거의 절반이 습지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염습지 식생과 갯벌로 구성되는 해안 습지가 전체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부양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해양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한편, 갯벌은 회유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한 급식이나 휴식 또는 번식 장소로 이용된다. 어떤 종류의 철새들은 특정 습지를 통과하여야만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람사협약이 제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연 정화의 기능
습지는, 육상부에서 흘러내려 온 빗물이 모여 더 큰 강에 도달하기 전이나 강의 중 상류로부터 흘러내려 온 하천수가 바닷물과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을 완충시키는 중요한 여과능력을 가진다. 부유 물질의 농도가 높은 물이 강을 통해 습지로 유입될 때 습지의 가장자리에 밀생하는 갈대를 비롯한 식생이 유속을 떨어뜨려 여러 가지 부유 물질을 퇴적시키게 되며, 이 과정을 통해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은 과잉의 영양염류나 오염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수로를 막고, 어류나 기타 해양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부유 퇴적물을 감소시킬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생장하는 미생물의 활동을 왕성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화 작용의 생물학적 측면은 더욱 중요하며 갯벌의 높은 생산력이 그것을 지지한다. 이때 정화 작용이란 유기물의 무기화이기 때문에 이것을 담당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이 중요하다. 데트리터스의 표면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부착하여 있는데, 박테리아는 단백질을 암모니아로 그리고 다시 질산염으로 분해하고 산화시키며 최종적으로 탄수화물을 무해한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한다.
한편 갯벌에서 비교적 많은 양이 존재하는 조개류도 정화 작용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갯벌에서 많이 나는 바지락(바지락 : 하루에 최소 2시간 정도 활동을 하는 바지락은 2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 선재도 에서는 매일 간조 때 2시간 동안400여 명이 동원되어 10톤 가량의 바지락을 캔다)의 경우 1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개체가 한 시간에 평균 약 1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고 한다. 갯벌에는 간조와 만조가 있고 바지락이 하루에 최소한 2시간 정도는 활동을 한다고 계산하더라도 하루에 2리터 정도의 해수를 여과한다고 볼 수 있다. 해수 중의 입상 유기물의 양을 1리터당 5밀리그램이라 하고 바지락의 여과 효율을 50퍼센트로 친다면 한 개체가 일년 동안에 갯벌의 해수 중에서 제거하는 데트리터스의 양은 2그램 정도가 된다. 만약 100제곱미터의 갯벌에 1천 개체의 바지락이 서식한다면 이들이 일년 동안에 제거하는 데트리터스의 양은 2킬로그램에 이르며 여과하는 해수의 양은400톤에 달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 서해안의 갯벌 면적은 이보다 훨씬 크고 이들의 서식 밀도도 훨씬 높다. 여과식자뿐만 아니라 개펄 속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퇴적물식자까지 포함하여 생각하면 대형 저서동물에 의한 갯벌의 유기물 제거량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갯벌에서 유기물의 분해가 박테리아의 작용에만 의존한다면 그 분해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다.
실제로 1990년에 조사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남캐롤라이나의 콩가리 저습 지대 (Congaree Bottomland Hardwood)의 늪지가 없었다면 그 지역은 적어도 500만 달러 정도의 폐수 처리장이 필요하였을 것으로 조사되었다. 1997년 코스탄자(Costanza) 등이 과학저널 『Nature』에 기고한 연구에서도 염습지의 정화기능이 전체 경제적 가치의 67퍼센트를 차지한다고 계산하였다.
갈대나 부들과 같은 식생으로 덮인 온대 지역에서는 최대 95퍼센트 정도의 수중 부유 물질이 제거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생화학적으로는 탈질 작용처럼 혐기성 또는 호기성 미생물의 작용과 기타 화학적 침전 작용이 있어 특정 화학 물질을 물에서 제거하는 과정이 유지되기도 한다.
연 재해와 기후 조절의 기능
습지는 마치 '자연의 스펀지'처럼 홍수나 빗물 등 표면수의 급류를 일차적으로 차단하여 흡수한 뒤 천천히 방류시키는 동시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높은 수위를 일단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하안(河岸)이나 해안의 침식을 막고 홍수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완충지의 역할을 한다.
특히 도시 하천수 주변의 습지는 빌딩이나 포장도로 위에서 흘러내리는 표면수의 급작스런 증가로 일어나는 범람의 피해를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습지가 해안 침식을 막고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일부 주 정부에서는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으로 일어나는 거센 파도를 완화시키기 위하여 습지를 복원하고 있다.
습지를 구성하는 식물의 뿌리는 토사를 붙잡아 고정하고, 줄기나 잎은 파랑 에너지를 흡수하며 강한 유속을 약화시킨다. 특히 해안습지가 토사를 고정시키면 자연히 지반이 상승되기 때문에 최근에 지구 온난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함으로써 일어나는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갯벌이나 염습지 식생, 기타내륙 습지는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는데 지역에 따라 그 면적이 방대하면 국지적으로 대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제적 가치
시흥의 갯벌 개발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이 아마도 이 부분이 아닐까 할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다. 걸려있는 현안, 그리고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조율과 전문가의 타당성이 가장 설전을 벌이는 부분이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부분의 어류, 게, 새우류 등은 하구역이나 주변 연안의 염습지 식생 또는 갯벌에서 산란하거나 유생시기를 지낸다. 현재의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는 해산물의 60% 이상이 바로 갯벌이나 염습지 식생에서 일생을 보내거나 살아가고 있는 종들이다. 이는 연안 해역 식생이 유지하는 생태계가 발휘하는 고도의 생산성에 기인하는데 특히 염습지 식생과 갯벌을 포함하는 연안 습지 생태계의 중요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또한 자연 생산물 공급처로서 갯벌의 가치도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연안 습지에서 나는 과일이나 목재 등을 개발하여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연안 습지나 갯벌 그 자체의 이용이나 효용성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곳의 생물들로부터 얻어낼 수도 있는 귀중한 의약품이나 신물질 등의 보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에서의 생물 다양성 보존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염습지 식생을 구성하는 해홍나물이나 칠면초, 나문재 등의 어린순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미적 기능
먼 외국의 경우, 습지는 낚시나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레저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게다가, 전문사진작가나 화가,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나 바다 소리 등으로 작품의 소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 그 심미적 가치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과 공단에 묻혀 지내다가도 일단 갯벌을 찾아가면 넘실대는 파도와 광활한 갈대 숲, 층층이 발달한 염생 식물의 그림 같은 군락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나는 갈매기떼 등 우리가 그려오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어떠한 다큐멘터리나 아름다운 영화보다도 더 큰 감동과 짜릿한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그 순간에는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 모두가 하나가 된다. 따라서 각박한 도시 생활에 시달리는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이러한 갯벌을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육 장소로서의 기능적 가치
우리 나라서 해안, 특히 서해연안의 갯벌은 그 면적으로 캐나다,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유역과 더불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인 갯벌로 꼽힌다. 세계기록은 각종 포상으로 인정해 주면서 자연이 내린 세계적인 기록을 자긴 우리의 연안갯벌이 왜 오로지 이용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만 취급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미국이 알라스카를 단돈 몇백만 달러를 주고 구 소련으로부터 매입하고 엄청난 매장자원을 개발해 내기 시작하자 소련의 관료들이 밤잠을 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최근, 갯벌이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로 거의 공인되다시피 하면서, 자연 관찰과 탐조 등을 위한 민간기구나 단체들에 의한 자연 학습장과 각종 대학, 연구소 등의 전문연구기관의 학술 연구를 위한 장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천수만 일대와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에 형성된 갈대 숲의 연안 습지는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좋은 자연 학습장이 되고 있어 찾는 사람의 발길이 오히려 걱정될 정도이다. 시흥의 갯벌 역시 이러한 학술적, 관광적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영역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노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시흥갯벌의 염생식물 및 중요성 - <4. 사라져서는 안될 자원의 보고, 우리의 갯벌>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
박병권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 sr700@hotmail.com >
3. 갯벌을 지켜야 하는 이유
벌과 염습지 식생을 포함하는 연안 습지 생태계는 무엇 때문에 중요하고, 어떤 보전가치가 있으며, 어떻게 보존하여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들과 관련 연구소 또는 학술단체에서 많은 연구와 지적이 있어왔다. 이러한 문제에 답을 구하려면 갯벌과 염습지 식생의 기능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연안 습지 생태계의 다양한 기능 : 연안 습지 생태계는 자연 정화조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자연 재해와 기후를 조절하고, 연안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태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양식업 등에 이용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발휘한다. 최근에는 관광이나 휴식을 위한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더불어 자연 탐구 학습을 위한 교육의 장소가 되고 있다.
태적 기능
해양 생태계 중에서 1차 생산력의 연평균 생산율을 살펴보면 하구역이나 해조숲-산호초 생태계의 생산력이 대륙붕이나 용승 해역보다 4배 정도 더 높고 외해역보다는 거의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습지 생태계의 생산력이 대륙붕보다는 10배, 외해역보다는 거의 30배 이상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 다만 외해역은 생산력이 낮다 할지라도 그 면적이 전세계 해역의 90퍼센트 이상이기 때문에 지구 해양 생산력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위협을 받고 있는 생물 종의 약 3분의 1 이상이 습지 생태계에서만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전체 생물 다양성의 거의 절반이 습지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염습지 식생과 갯벌로 구성되는 해안 습지가 전체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부양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해양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한편, 갯벌은 회유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한 급식이나 휴식 또는 번식 장소로 이용된다. 어떤 종류의 철새들은 특정 습지를 통과하여야만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람사협약이 제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연 정화의 기능
습지는, 육상부에서 흘러내려 온 빗물이 모여 더 큰 강에 도달하기 전이나 강의 중 상류로부터 흘러내려 온 하천수가 바닷물과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을 완충시키는 중요한 여과능력을 가진다. 부유 물질의 농도가 높은 물이 강을 통해 습지로 유입될 때 습지의 가장자리에 밀생하는 갈대를 비롯한 식생이 유속을 떨어뜨려 여러 가지 부유 물질을 퇴적시키게 되며, 이 과정을 통해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은 과잉의 영양염류나 오염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수로를 막고, 어류나 기타 해양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부유 퇴적물을 감소시킬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생장하는 미생물의 활동을 왕성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정화 작용의 생물학적 측면은 더욱 중요하며 갯벌의 높은 생산력이 그것을 지지한다. 이때 정화 작용이란 유기물의 무기화이기 때문에 이것을 담당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이 중요하다. 데트리터스의 표면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부착하여 있는데, 박테리아는 단백질을 암모니아로 그리고 다시 질산염으로 분해하고 산화시키며 최종적으로 탄수화물을 무해한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한다.
한편 갯벌에서 비교적 많은 양이 존재하는 조개류도 정화 작용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갯벌에서 많이 나는 바지락(바지락 : 하루에 최소 2시간 정도 활동을 하는 바지락은 2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 선재도 에서는 매일 간조 때 2시간 동안400여 명이 동원되어 10톤 가량의 바지락을 캔다)의 경우 1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개체가 한 시간에 평균 약 1리터의 해수를 여과한다고 한다. 갯벌에는 간조와 만조가 있고 바지락이 하루에 최소한 2시간 정도는 활동을 한다고 계산하더라도 하루에 2리터 정도의 해수를 여과한다고 볼 수 있다. 해수 중의 입상 유기물의 양을 1리터당 5밀리그램이라 하고 바지락의 여과 효율을 50퍼센트로 친다면 한 개체가 일년 동안에 갯벌의 해수 중에서 제거하는 데트리터스의 양은 2그램 정도가 된다. 만약 100제곱미터의 갯벌에 1천 개체의 바지락이 서식한다면 이들이 일년 동안에 제거하는 데트리터스의 양은 2킬로그램에 이르며 여과하는 해수의 양은400톤에 달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 서해안의 갯벌 면적은 이보다 훨씬 크고 이들의 서식 밀도도 훨씬 높다. 여과식자뿐만 아니라 개펄 속의 유기물을 섭취하는 퇴적물식자까지 포함하여 생각하면 대형 저서동물에 의한 갯벌의 유기물 제거량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갯벌에서 유기물의 분해가 박테리아의 작용에만 의존한다면 그 분해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다.
실제로 1990년에 조사된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 남캐롤라이나의 콩가리 저습 지대 (Congaree Bottomland Hardwood)의 늪지가 없었다면 그 지역은 적어도 500만 달러 정도의 폐수 처리장이 필요하였을 것으로 조사되었다. 1997년 코스탄자(Costanza) 등이 과학저널 『Nature』에 기고한 연구에서도 염습지의 정화기능이 전체 경제적 가치의 67퍼센트를 차지한다고 계산하였다.
갈대나 부들과 같은 식생으로 덮인 온대 지역에서는 최대 95퍼센트 정도의 수중 부유 물질이 제거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생화학적으로는 탈질 작용처럼 혐기성 또는 호기성 미생물의 작용과 기타 화학적 침전 작용이 있어 특정 화학 물질을 물에서 제거하는 과정이 유지되기도 한다.
연 재해와 기후 조절의 기능
습지는 마치 '자연의 스펀지'처럼 홍수나 빗물 등 표면수의 급류를 일차적으로 차단하여 흡수한 뒤 천천히 방류시키는 동시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높은 수위를 일단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하안(河岸)이나 해안의 침식을 막고 홍수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완충지의 역할을 한다.
특히 도시 하천수 주변의 습지는 빌딩이나 포장도로 위에서 흘러내리는 표면수의 급작스런 증가로 일어나는 범람의 피해를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습지가 해안 침식을 막고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일부 주 정부에서는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으로 일어나는 거센 파도를 완화시키기 위하여 습지를 복원하고 있다.
습지를 구성하는 식물의 뿌리는 토사를 붙잡아 고정하고, 줄기나 잎은 파랑 에너지를 흡수하며 강한 유속을 약화시킨다. 특히 해안습지가 토사를 고정시키면 자연히 지반이 상승되기 때문에 최근에 지구 온난화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함으로써 일어나는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갯벌이나 염습지 식생, 기타내륙 습지는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는데 지역에 따라 그 면적이 방대하면 국지적으로 대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제적 가치
시흥의 갯벌 개발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이 아마도 이 부분이 아닐까 할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다. 걸려있는 현안, 그리고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조율과 전문가의 타당성이 가장 설전을 벌이는 부분이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부분의 어류, 게, 새우류 등은 하구역이나 주변 연안의 염습지 식생 또는 갯벌에서 산란하거나 유생시기를 지낸다. 현재의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는 해산물의 60% 이상이 바로 갯벌이나 염습지 식생에서 일생을 보내거나 살아가고 있는 종들이다. 이는 연안 해역 식생이 유지하는 생태계가 발휘하는 고도의 생산성에 기인하는데 특히 염습지 식생과 갯벌을 포함하는 연안 습지 생태계의 중요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또한 자연 생산물 공급처로서 갯벌의 가치도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연안 습지에서 나는 과일이나 목재 등을 개발하여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연안 습지나 갯벌 그 자체의 이용이나 효용성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곳의 생물들로부터 얻어낼 수도 있는 귀중한 의약품이나 신물질 등의 보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염습지 식생이나 갯벌에서의 생물 다양성 보존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염습지 식생을 구성하는 해홍나물이나 칠면초, 나문재 등의 어린순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미적 기능
먼 외국의 경우, 습지는 낚시나 해수욕, 휴식, 관광 등을 제공하는 레저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게다가, 전문사진작가나 화가,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나 바다 소리 등으로 작품의 소재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 그 심미적 가치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과 공단에 묻혀 지내다가도 일단 갯벌을 찾아가면 넘실대는 파도와 광활한 갈대 숲, 층층이 발달한 염생 식물의 그림 같은 군락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나는 갈매기떼 등 우리가 그려오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어떠한 다큐멘터리나 아름다운 영화보다도 더 큰 감동과 짜릿한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준다. 그 순간에는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 모두가 하나가 된다. 따라서 각박한 도시 생활에 시달리는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이러한 갯벌을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육 장소로서의 기능적 가치
우리 나라서 해안, 특히 서해연안의 갯벌은 그 면적으로 캐나다, 미국 동부 해안과 북해 연안, 아마존 유역과 더불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인 갯벌로 꼽힌다. 세계기록은 각종 포상으로 인정해 주면서 자연이 내린 세계적인 기록을 자긴 우리의 연안갯벌이 왜 오로지 이용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만 취급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미국이 알라스카를 단돈 몇백만 달러를 주고 구 소련으로부터 매입하고 엄청난 매장자원을 개발해 내기 시작하자 소련의 관료들이 밤잠을 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하겠다.
최근, 갯벌이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로 거의 공인되다시피 하면서, 자연 관찰과 탐조 등을 위한 민간기구나 단체들에 의한 자연 학습장과 각종 대학, 연구소 등의 전문연구기관의 학술 연구를 위한 장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천수만 일대와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에 형성된 갈대 숲의 연안 습지는 철새들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좋은 자연 학습장이 되고 있어 찾는 사람의 발길이 오히려 걱정될 정도이다. 시흥의 갯벌 역시 이러한 학술적, 관광적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영역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노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시흥갯벌의 염생식물 및 중요성 - <4. 사라져서는 안될 자원의 보고, 우리의 갯벌>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
박병권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 sr700@hotmail.com >
320x100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결론) (0) | 2006.04.29 |
---|---|
칼럼(4) (0) | 2006.04.29 |
칼럼(2) (0) | 2006.04.29 |
박병권 교수의 재미있는 칼럼(1) (0) | 2006.04.29 |
구원의 외투를 입고 날아온 곤충 "무당벌레" (0) | 2006.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