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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도둑 이야기-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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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도둑 이야기



가을이 꽃이 한창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코스모스, 물봉선 등...

꽃을 피우는 것은 열매를 맺어 후손을 퍼트리기 위한 수단이다. 식물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꽃에는 암수 한 꽃인 경우와 다른 꽃이 있다. 어느 경우이던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어야 씨앗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일을 대부분의 식물이 다른 힘을 이용하고 있다.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풍매화,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가 대표적이고 자기 꽃의 꽃가루를 묻혀 가루받이 하는 꽃도 일부 있기는 하다.

 

< 고마리 꽃에서 꿀을 빠는 줄점팔랑나비 >

 

꽃을 찾아오는 곤충은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얻고 대신 꽃은 곤충의 몸에 꽃가루를 뭍혀 다른 꽃에 갔을 때 가루받이를 하게 된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꽃과 곤충의 관계이다. 그런데 모든 꽃과 곤충이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물봉선은 곤충을 이용하여 가루받이 하는 꽃이다. 이 꽃을 찾아오는 곤충은 벌류인데 호박벌, 어리호박벌, 꿀벌, 뒤영벌 등이다. 물봉선은 산을 걷다보면 눈에 잘 띄는 꽃이다. 그런데 이 꽃에서 재미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물봉선은 기다란 깔대기 모양으로 끝이 가늘어지면서 끝이 꼬부라져 있고 그 끝부분에 꿀샘이 있다.. 꽃의 입구는 벌과 같은 곤충이 내려앉기 좋게 넓찍하다. 곤충이 물봉선에 내려앉아 꿀을 빨기 위해 속으로 들어가면 입구 위부분에 있는 수술에서 꽃가루가 등부분에 뭍게 되어있다. 이렇게 뭍혀진 꽃가루는 다른 물봉선에서 똑같은 행동으로 꽃속으로 들어가다가 암술에 꽃가루를 뭍혀 주게되는 것이다. 물봉선에게는 꿀을 주고 가루받이를 하는 아주 정상적인 절차로 가루받이를 하는 것이다.

 

 < 물봉선 꽃의 입구로 꿀을 빨러 들어가는 양봉꿀벌 >

 


 

하지만 물봉선 꽃은 대부분이 꿀벌정도 크기의 곤충이 들어가기 적당한 크기이다. 뒤영벌이나 호박벌, 어리호박벌 등은 큰 몸집으로 들어가 꿀을 빨기 어렵다. 그런데 물봉선 꽃밭에서 호박벌, 어리호박벌은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다. 이들은 어떻게 꿀을 빨아 갈까..

 


 < 물봉선의 꿀샘부분에 구멍을 내어 꿀을 빠는 호박벌 >

 

이들은 물봉선이 원하는 일은 해주지 않고 꿀만 빨아간다.

꽃 입구를 통해 들어가 꿀을 빠는 것이 아니라 꽃의 끝 부분인 꿀샘에 구멍을 내어 꿀만 빨아내는 것이다. 물봉선의 입장에서 보면 도둑질 당하는 것이다. 꽃가루를 뭍혀 여기저기 날라다 주라고 꿀을 주는 것인데 꽃가루는 몸에 뭍히지도 않고 꿀만 빼내어 가다니 물봉선은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 호박벌과 같은 방법으로 꿀을 빠는 어리호박벌 >

 

호박벌이나 어리호박벌은 물봉선에 오자마자 바로 꽃의 입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바로 꿀샘쪽으로 몸을 돌려 구멍을 내고 쪽 꿀만 빨아간다. 그런데 이 들보다 더 한 놈들이 있다. 꿀벌이나 다른 작은 벌종류인데 바로 호박벌이 만들어놓은 구멍에서 다시 꿀을 빨아가는 녀석들이있다.


 헌데 이상한 것이 어떤 꿀벌은 꽃의 입구로 들어가는데 어떤 놈은 호박벌과 같이 꿀샘에서 직접 꿀을 빨아내는 것이다. 호박벌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일까 ?

 

 < 호박벌이나 어리호박벌과 같은 곳에서 꿀을 빠는 꿀벌 >

 < 호박벌과 같은 방법은 아니지만 꽃가루를 옮겨주는 역할은 하지 않고 기다란 주둥이로 꿀만 빨아가는 벌꼬리박각시 >

 

물봉선이 한창 펴있는 곳에서 한참동안 관찰해보니 꽃가루를 뭍혀 가며 꿀을 빠는 녀석은 계속 그렇게 행동한다. 하지만 꿀샘이 구멍을 이용하는 놈은 또한 다른 꽃에서도 그런 행동을 한다. 학습에 의한 행동일까 아니면 또 다른 본능일까.. ???

어째든 물봉선은 일부 곤충에게는 비록 꿀을 공짜로 제공해주는 결과가 빚어지기는 해도 성실한 곤충 덕에 대부분 씨앗을 맺기는 한다.


<꽃과 곤충> 이라는 어느 일본인은 책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록해 두었는데 여기에 한가지 더 물봉선의 기발한? 대안을 소개해 놓았다. 바로 꿀샘이 없는 꽃이다. 매우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꿀샘이 없이 꽃의 끝부분이 민밋한 물봉선 꽃이 있다는 것 이다. 이 경우는 꿀 없이 꽃가루만 옮겨 보겠다는 속샘이리라. 나도 혹시나 하고 꿀샘이 없는 물봉선이 있는가 살펴 보았으나 아직 찾지는 못했다. 더 많은 꽃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꽃과 곤충의 관계는 매우 오랜 세월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에서 뚫려진 구멍을 이용하는 놈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434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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