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 도롱뇽은 1급수의 깨끗한 물 속에 알을 낳고 살아가다 뭍에 올라와 사는, 금수강산 우리나라의 특산종인 양서류입니다.
얼마전 도롱뇽이 살아가는 삶터, 천성산의 늪과 계곡을 파괴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려 하면서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들을 삶터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자연의 방문자로 이 땅에 온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수만년 자연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온 생령들을 함부로 생명의 호적에서 없애버릴 수 있겠습니까. 꼬리치레 도롱뇽이 죽어간다는 건, 물과 뭍 모두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 물과 뭍은 그들의 삶터이자 우리의 삶터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삶터를 말라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천성산에는 꼬리치레 도롱뇽만이 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인간만이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20여개 고원습지가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길러내고 있는 어머니 산입니다. 화엄벌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은 또 어떻구요.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30분 더 빨리 가기 위해 이 모든 자연의 생명줄을 뚝 끊어버리겠다 합니다. 천성산의 생령들 가운데 도롱뇽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미 국외에서는 환경파괴의 피해당사자가 사람이 아닌 생명체를 사람이 대리하여 소송을 하여 이긴 사례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생물체가 소송 주체가 된 적이 없어 재판부가 원고적격심사 중에 있습니다. 인간들 마음대로 뭍 생명의 살리고 죽임을 논하고 있는 중에도,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천성산 내원사 산감 지율스님이 있습니다. 걸을 때마다 신이 벗겨진다는 그는 모든 말못하는 생명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 도롱뇽 소송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나섰고, 이렇게 곡기를 끊고 뭇 생명들의 통곡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습니다. 말없는 통곡소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왜 오늘의 우리는, 지율의 귀와 눈처럼 되지 못하는 걸까요?
40일째를 넘기고 있는 단식에도 중앙정부는, 서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한 생명이 죽어가야만 그때야 조금 움직이려는지요. 왜 정부는 지율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입니까. 지율의 죽음 다음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천성산과 지율은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뭇 생명체로서의 겸허한 감수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도롱뇽의 친구가 되어주십시오. 도롱뇽 소송인단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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