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두꺼비들 물향기 수목원에 가다!
평소보다 이른 9시에 모여 3대의 차에 나눠 타고 오산 물향기수목원으로 출발!
고속도로가 막힐 거라는 생각에 국도를 이용해갔지만 아침 출근시간대 여서인지 조금 막혀10시30분정도에 도착했다.
한 팀은 벌써 떠났고, 우리는 부랴부랴 해설가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시작했다.
초입에 선 소나무부터 만나보았다.
소나무는 암수가 한 몸으로 수꽃은 송화가루가 붙어 있고, 암꽃은 붉고 작은 주두를 달고 있다. 같은 나무끼리의 교배를 피하기 위해 수꽃이 아래쪽에 암꽃이 위쪽에 있어 주두의 끈적끈적한 액에 다른 소나무의 꽃가루를 받게 된다. 소나무는 수정에서 착상까지 꼬박 1년이 걸린다. 솔씨도 맛을 보면 잣 못지 않게 맛있다고 한다. (나중에 꼭 먹어봐야지...)
뒤에 다시 소나무중 해송을 만났는데 바닷가에서 나는 해송은 곰솔이라고도 하고 좀 더 가시가 세다. 금강송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해송과 육송의 자연교잡에 의해 생긴 우수한 품종의 소나무라고 한다.
소나무는 고구려 주몽이 아들과 칼을 나눠가지며 그 칼을 소나무아래에 묻었다고 하는 이야기로 보아 무척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어온 것 같다. 옛날에는 소나무가지를 잘라 엮어 집 주변에 병풍처럼 두르기도 했는데 그러하면 그늘이 져 시원하고 소나무향도 은은하였다고 하니 자연을 즐기고 이용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입구의 붉은 인동덩굴터널을 지나다보니 국산 바나나라고 하는 으름이 있다. 으름은 잎이 5~6장으로 되어있고 이 잎을 덖어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으름은 껍질 속 하얀 속살이 무척 달고 맛있는데 그 생김새가 꼭 여성의 그곳(?)을 닮았다하여 ‘임하(林下)부인’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다래도 자라고 있었는데 키위는 잎에 솜털이 무성한 반면 다래잎은 맨들하다. 숲가장자리엔 개다래가 나는데 잎이 벌을 유인하기위해 흰색을 띠다가 수정이 끝나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개다래의 열매는 한 입먹으면 입안에서 점점 매운맛이 돌아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열매는 고양이가 무척 좋아한다. 그 맛이 고양이의 성호르몬과 유사하다나...
대표적인 덩굴식물인 등나무는 숲과 인간세계의 경계를 짓는 식물로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주변 생태계를 잠식시키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등나무가 잘 휘는 것은 가지속의 셀룰로오스 사이사이를 메우는 ‘리그닌’이라는 성분이 적기 때문이라는데 생물학분야의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 좀 어려웠다. 등나무는 예로부터 칼이나 방패를 만드는데 쓰였는데 화살이나 창이 튕겨져 나가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치면서 등나무로 만든 갑옷과 방패 등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 소실되고 이제는 ‘등두모’라고 하는 등나무로 만든 모자만 겨우 한 점 남아 용산의 전쟁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다하니 한번 들러서 보아야겠다.
억센 등나무 사이 오미자 한그루가 힘겹게 서있는데 오미자 또한 덩굴식물인데 자리를 잘못잡아 기를 못 펴고 있었다. 초기 식재하는 분이 식물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등나무틈바구니에 심겨져 있다고 하는데 어서 볕 좋은 곳에 옮겨져 붉은 오미자를 주렁주렁 맺어야 할텐데...덩굴식물들은 용수철처럼 휘감으며 올라가는데 이것은 여린 가지가 세찬 바람에 견디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그냥’인 것은 없다. 다들 나름의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모르는 우리가 그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뿐.
차를 타고 오면서 수원 어디 께인가에서 사과나무님이 차창 밖 가로수를 보고 ‘튤립나무를 가로수로 썼네!’ 하시 길래 튤립나무도 있나보다 했는데, 수목원 한쪽에서 그 튤립나무를 처음 만났다.
꽃모양이 튤립을 닮았다고 해서 튤립나무라는데 색은 그다지 화려하진 않다.
튤립나무를 처음 외국에서 들여오신 분이 틀림없이 이 나무는 가치가 있을 거라고 했다는데 실재로 나무에 옹이가 별로 없고 곧게 뻗고, 빨리 자라는 것에 비해 목질이 단단한 편이라 목재로 사용되기 적합하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자 연못가에 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추위에 강한 북반구 식물인 버드나무는 수양버들과 능수버들, 냇가에 자라는 갯버들이 있다. 버드나무에는 아스피린산 성분이 있어 옛날 부처님이 제자들과 양치질을 하는데 이 버드나무 가지를 꺽어 사용했는데 잇몸을 찔려 상처가 나더라도 금새 아문다고 한다.
버드나무를 뜻하는 한자가 ‘柳’와 ‘楊’이 있는데 양치질의 ‘양’이 바로 버드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버드나무는 특히 여자와 관련이 깊은데 사과나무님의 허리와 같은 날씬한 허리를 두고 ‘버들허리’라 한다거나 가늘고 긴 눈썹을 ‘버들눈썹’이라고 하고 ‘버드나무가지와 여자는 아무데나 던져놔도 잘 산다’는 옛말이 있다고 하니 왠지 버드나무가 친근해진다.
언덕 위 작은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에서 다시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구는 개고기를 먹고 체 했을 때 먹으면 살아난다고 살구(拘)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해설사님마저도 영~미덥지 않다는 눈치다. 어쨌건 사람들은 참 말도 잘 만들어낸다.
살구씨는 ‘행인’이라고 하여 약재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가루를 내어 꿀과 섞어 마사지를 하면 아주 좋다고. (꼭 해보세요!)
살구와 관련된 이야기로는 중국의 ‘동봉’이라는 의사가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치료비대신 살구나무를 가져오라고 하여 심게 하고 나중에 열매가 열렸을 때 그 사람들을 불러 그 열매를 수확하여 살림에 쓰게 했다고 한다.
그러한 유래가 있어 살구나무를 심어놓은 숲을 가리키는 한자인 ‘행림’이 바로 이렇게 훌륭한 의사들의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그 맞은 편으로 오동나무 꽃잎 떨어져 있다. 참오동은 연한 보라색 꽃잎에 점선이 있다.
그 아래엔 이름도 생소한 ‘반하’라는 꽃이 있어 쭉 뽑아보니 길게 뻗은 하얀 뿌리가 나온다.
원래는 그 뿌리 끝에 동그란 알이 달려있다 한다. 재미있는 건 이 ‘반하’라는 놈이 암수가 한 몸인데 벌이나 파리 등을 길게 뻗은 줄기로 유인을 한 후 잎처럼 생긴 꽃속에서 수정을 성공시켜주면 잎을 열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성공시킬 때까지 갇아 놓는다고 한다. (고놈 참~ 집요하네...) 그나마 ‘반하’는 양반으로 사약의 재료로 쓰이는 ‘천남성’은 성질이 고약하여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갇아 죽인다고 한다. 사약의 재료인 이유가 있다.
진달래와 철쭉은 흔히들 헛갈려 하는데 진달래는 겨울에 잎이 떨어지지만 철쭉은 잎이 지지 않는다. 총각이 죽으면 동네 처녀들이 모여 진달래를 한 무더기 따다가 무덤가에 꽃갑이(?)를 만들어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젊은 처녀, 총각이 무덤가에서 눈들이 맞았다나? 이건 무슨 총각무덤 앞에서 염장지르는 것도 아니고, 참~그렇네.
회양목은 영어로 box tree라고 하는데 자라는 게 굉장히 더뎌서 목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라 옛날에
이가 빠지면 회양목을 깍아 치아대신 사용하거나 호패를 만들 때 썼다고 한다.
가을에 강원도에 가면 산중턱 바위에 붉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바로 회양목 잎에서 안토시아닌이 나와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연못가 길에 보라색 붓꽃과 타래붓꽃이 한창이다.
벌초작업을 끝낸 곳에서 긴병꽃풀이 잘려져 있다. 이 꽃도 보라색이라는데 잎에서 허브향같은 냄새가 난다. 벌레 물렸을때 한 두번만 바르면 바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풀을 알고 나니 다음에 애들 데리고 산에 갈 때는 버물리는 안 챙겨도 될 거 같다.
그 옆에 잎이 톱모양 처럼 생긴 ‘톱풀’이라는 것은 쇠불이로 난 상처에 효과가 있다.
옛날 아킬레우스가 병사들이 전장에서 난 상처를 바로 이 톱풀로 치료해주었다고 한다.
(오~신기해라!)
향나무는 자세히 보니 뾰족한 바늘잎과 비늘처럼 생긴 비늘잎이 달려있는데 비늘잎만 있는 것이 가이스카 향나무라고 했다.
본디 ‘향’은 지상과 하늘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동남아에서는 향나무로 침향을 만들어 의식에 사용하기도 하고 여자들이 남자를 유혹할 때 쓰는 비싼 사향대신 향나무의 액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못주변에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수국이 심어져 있다. 수국은 꽃이 지면 장마가 끝난 거라 한다. 몇일 전 수국잎차를 마셔보았는데 무척 달았다. 그래서 당뇨병환자들이 설탕대신 단맛을 내는데 이 수국잎차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하얀 조팝나무가 눈부시다.
그 옆엔 꽃 인줄 알았는데 잎이라는데 그 색이 너무 예쁜 무늬버들나무도 서있다. 국수나무는 줄기속의 ‘수’가 쭉 뽑으면 마치 국수가락과 같다고 해서 이름이 그런데 먹어보지는 못하셨다고 한다.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핀오크는 수목원측에서 루브라참나무라는 엉뚱한 이름표를 달아놓았다. 잎 끝이 가시바늘처럼 뾰족하고 참나무라 도토리도 열린다.
가다보니 작은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왔다.
화석식물로 한번 더 진화했다 해서 메타세콰이어라고 이름 붙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들여왔다. 당시 그 일을 담당했던 임학박사(?)가 고향이 담양이라 자신의 고향에 집중적으로 심었는데 결과는 대박! 담양은 그 후로 대나무 뿐 만아니라 메타세콰이어로 먹고 사는 곳이 되었다.
노란꽃창포도 화사하게 피어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창포는 그 꽃이 마치 부들처럼 생겼다. 잎의 색도 꽃창포에 비해 연하고 더 가늘었다. 잎을 살짝 꺽어 냄새를 맡아보니 정말 샴푸냄새 비슷하게 난다. 이 냄새도 남성들이 좋아 한다나? (오늘 참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고 간다.)
창포는 뿌리로 비녀를 만들기도 했는데 창포가루 열 말이면 첩을 하나 얻을 정도로 귀한 것이라고 하신다.
마지막으로 해설사님이 가방에서 꺼낸 나무 편으로 물이 올라가는 길과 양분이 내려오는 길을 보고
백두산서 가져오셨다는 자작나무로 껍질도 보았다. 자작나무는 껍질안쪽에 기름기가 많아 아무리 습해도 불을 갖다 붙이면 잘 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결혼할 때 밝히는 화촉이 바로 이 자작나무(백화나무)를 뜻한다고.
계속 자랄 것 같지만 나무는 잔뿌리가 있어서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높이 만큼 자라는 것이라 한다.
해설사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때죽나무 피리소리가 맑다.
정해진 시간에 해설을 하시느라 다 풀어놓지도 못한 이야기가 많으신 듯 했다.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드뎌 수업을 마치고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 틈에서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쳐 놓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미숙님이 남기고간 야들야들한 상추, 사과나무님이 손수 쑤어 오신 탱글탱글한 고구마묵, 최화순어머님이 싸오신 후식까지 언제나 맛있는 산들학교의 점심시간...오늘은 유난히 꿀맛이다. 너무도 화창해서 눈이 부신 봄날, 물향기 수목원에서 만난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을 눈과 가슴에 담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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