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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게시판

5월들살이 날적이-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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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산들학교 5월 들살이]

초보 꼬마 농부들의 야단법석 모내기 도전기

 

“어~루 액이야~ 어어루 액이야~ 어기여차 액이로구나~

정월 이월에 드는 액은 삼월 사월에 막고

삼월 사월에 드는 액은 오월 단오에 다 막아 낸다.

어~루 액이야~ 어어루 액이야~ 어기여차 액이로 구나~“

 

두꺼비산들학교 초등학생 들살이 회원을 태운 버스 안에서 난 데 없이 액맥이 타령이 한참이다. 매월 둘 째 주 토요일 두꺼비산들학교 초등학생 회원들이 들살이를 떠나는 날이다. 5월 들살이는 강화도 양사면 작은 다랭이 논에 모내기를 하는 날이다. 덤으로 전통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고, 죽마를 타면서 신나게 놀고 오는 두꺼비들의 하루이다.

 

모내기를 한다고 밀집 모자를 쓰고 온 승원이와 논에 들어가기 위해 저마다 헌 양말을 챙겨온 아이들이 버스에 앉아 노래를 배우고, 농사의 기원을 배우며 길을 떠났다. 노래며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마음 속에 농사와 농부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배겨나길 기대하며 한 참을 달리다 보니 강화도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강화도 최북단이라 군인 아저씨들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인원수와 신분증을 확인 한 후 구불구불 산길을 조금 더 들어가니 대형버스가 들어가기엔 너무 좁은 마을입구가 보인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걸어서 콩세알 두부체험장(*) 입구로 들어서자 쬐그만 당나귀 한 마리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맷돌과 가마솥 그리고 모둠 별로 두부를 끓여 볼 수 있는 냄비와 가스렌지 등이 갖추어져있다. 그곳에 계신 항아리 선생님(인상이 동글동글 하셔서 정말 항아리란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선생님이시다.)께서 두부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주시고, 아이들은 맷돌에 콩을 갈랴 나누어 준 콩물을 끓이랴 모둠별로 시끌 벅적 야단 법석이다. 간수를 넣기 전 끓인 콩물도 맛보고 간수를 넣은 후 저으니 몽글이 두부(순두부)가 되었다. 양념간장을 조금 넣어 접시에 담아 너도 나도 한 접시씩 먹다보니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맛이라 너무 많이 먹어버려 틀어 넣어 두부를 만들 재료가 그만 모자라게 생겼다. 모자라는 대로 몽글이 두부를 틀에 넣고 무거운 맷돌을 올려 놓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기다리는 동안에 예전 어린이들이 놀았던 죽마를 꺼내 주셨다. 말로만 들었던 죽마를 가지고 혼자서 낑낑 타보려고 애쓰는데 도저히 중심이 잡히질 않는다. 친구와 함께 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 친구는 죽마를 잡아주고 한 친구는 죽마에 올라서니 이젠 제법 탈만 한 가 보다. 그렇게 둘이 힘을 합쳐 죽마를 타고 놀았다고 해서 죽마고우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한 참을 놀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예전 농번기에는 마을 사람들 일을 서로 서로 돌아가며 도와주는 품앗이가 있었고 모내기 하는 집에서 내온 들밥과 새참을 먹었지만 지금은 마을도 작아지고 일손도 부족해 일꾼을 불러 모내기를 해야하고 들밥을 내오는 것도 여의치 않아 마을에서 농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두꺼비들도 농민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왜? 우리도 오늘은 작은 농부님들이니까... 된장찌개와 순무김치 등으로 차려진 밥상을 받았다. 3년 묵은 된장이라서 그런지 아이들도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자 드디어 오늘의 해야할 일“모내기”를 하러 갈 시간이다.

아까 올려놓은 맷돌을 치우고 틀을 뒤집으니 뽀얀 두부가 완성되었다. 모내기를 하고 참으로 먹을 두부를 싸고, 헌 양말과 물을 챙겨서 길을 나선다. 산길을 돌아내려가니 작고 예쁜 호숫가가 나온다. 호숫가 옆 작은 다랭이 논이 오늘 우리가 모내기를 해야 할 두꺼비들의 논이다. 이곳은 차나 트랙터조차 들어 올 수 없는 곳이라 모두 손으로 모를 내야한다. 우선 멀리 트럭에서부터 논까지 한 줄로 줄을 서 모판을 나르기 시쟉했다. 땀이 날 때쯤 시원한 바람 한자락이 아이들의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고 지나간다.

모판을 모두 나르고 논에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고 보니 발은 쑥쑥 빠지고 아이들은 중심을 못잡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 법석이다. 아! 오늘 안에 모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모내기를 도와 주시러 나오신 콩세알 이사님께서 모를 심는 법을알려주시고 못줄을 잡자 이제서 조금 모내기 하는 폼이 나온다. 그런데 못줄에 빨갛게 표시 된 곳에 모를 대여섯개씩 뽑아 심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마구마구 심는다. 이런이런... 목청껏 “못줄에 표시된 빨간 곳에 줄을 맞춰서 심자!”고 외친 후 “줄넘어간~~다!”하고 외치는데 아이들이 뒷걸음을 못쳐 줄이 넘어가질 않는다. “뒤로! 뒤로!” 또다시 목청을 높인 후 줄을 넘긴다. “줄넘어 간~다!” 오호라 이제 제법 모를 심고는 뒤로 가서 못줄 오기를 기다릴 줄 안다. 에구구 허리아파요! 하면서도 끝까지 모를 놓지 않고 결국 가져가 모를 모두 심었다. 호숫가 물로 손을 대략 씻고 아까 우리들이 만든 두부랑 김치를 새참으로 먹는데 영락없는 꼬마 농부님들이시다. 아이들이 새참을 먹는 동안 시냇물과 햇살이 아이들이 심어놓은 모 중에서 뜬 것을 찾아 다시 심느라 애를 쓴다.

 

휴~ 이렇게 오늘 하루의 모내기를 마치고 다시 산길을 돌아 콩세알 두부 체험장으로 돌아와 씻으면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항상 들살이 점심시간엔 밥 알 한 톨도 남기면 “불합격!” 하고 소리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좀 알려나?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에 올라오는 밥이 조금 더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으려나?

 

돌아오는 버스 안은 조용하다. 모두들 오늘 하루 힘이 들었는지 곤하게 잠이 들었다. 여름엔 피도 뽑으러 가야하고 가을엔 추수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심은 모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을까? 아무튼 야단법석 모내기를 마치고 곤하게 잠든 두꺼비들의 모습을 보니 올 때보다조금 더 자라있는 것 같다. 다음 달엔 갯벌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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