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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게시판

산음휴양림에서의 들살이(조약돌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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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날 우진이가 열이 나고 아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래도 같이 가길 바랬건만 밤새 잠을 못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아파서 어쩌나..
우진아 !  6월 들살이 땐 꼭 와야해?

우리 모둠은 채윤, 호찬, 윤기, 승원, 태형, 도희... 이렇게 6명이다.
태형이는 지난 달 처음 만났을 때 표정이 굳어져 있다가 두꺼비산들학교 터전에서는 아주 잘 적응했었는데 오늘 또 굳은 표정이다.
도희와 채윤이는 버스에서 같이 앉고 승원이와 윤기가 같이 앉고 호찬이는 6학년 형아와 함께 앉았는데 태형이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며 홀로 앉아 있어서 나와 같이 앉기를 청하였으나 묵묵부답..
나도 짝이 없으니 태영이 옆에 앉자  !!
조용 조용...    심심...   말을 안하네..-_-;;
햇살이 챙겨준 누룽지를 주니까 고것만 낼름 받아 먹고 또 입 꾹 !!
절반쯤 가니까 말을 좀 한다.
떨어져 있는 한 달 동안 말을 잃은 줄 알았네그려.ㅋㅋ

길이 그리 막히지 않아 다행이다.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내려 놓고 모둠별로 모여 몸풀기 체조를 한 다음 숲으로 들어갔다.
맨 처음 본 자작나무.. 하얀색 수피가 인상적인 미인나무다.
앏게 벗겨지는 자작나무 수피에 사랑하는 이에게 연애편지를 쓰면 그 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말해주니까 애들이 나보고 변태란다.
나도 여기다 연애편지 써서 사랑이 이루어졌구만 ....  애들이 아직 어린가보다.ㅎㅎ
다음은 물박달나무... 이 나무도 껍질이 몇 겹으로 너덜너덜 붙어있는 나무다.
여기엔 병꽃나무가 많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라는데 꽃모양이 병처럼 길쭉해서 븉여진 이름이다.
모두 호기심에 이 나무 저 나무 만져보고  질문을 한다. 태영이와 윤기가 특히 질문이 많다.
승원이는 들살이를 여러해동안 해서 그런지 여유를 아는 것 같다. 적당한 관심과 여유... 성격도 원만하고 참 든든한 친구다.  
숲속엔 재미난 생물들이 모여 산다.
족두리풀의 꽃은 일반적인 꽃과는 달리 색이 화려하지도 않고 꽃잎이 퇴화되어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냄새가 고약해서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으니 굳이 꽃잎이 있을 필요가 없다.
꽃대도 아주 짧게 올라와서 개미들을 그 고약한 냄새로 유혹한다. 벌과 나비에겐 고약한 냄새지만 개미한텐 향긋하게 느껴져서 꽃을 수정시킨단다.그리고 족두리풀은 애호랑나비애벌레의 중요한 먹이가 되는 풀이다.
꽃 모양이 옛날 여인이 시집갈때 썼다는 족두리를 닮아서 족도리(족두리)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나무와 풀 옆에 특이하게 생긴 개미가 보였다.
도희가 관찰통에 잡아 넣은 개미를 가지고 다니면서 잘 보살펴준다.
민들레가 피어 있는 곳에서는 재니등에를 발견, 여러차례의 시도 끝에 드디어 관찰통으로 잡았다.
몇번이고 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벌이 아니니까 침이 없다고 해도 겁이 나는가보다.
그러면서도 특이하게 생긴 모습을 힌 재니등에를 신기하게 자세히 관찰하고 갇혀있는 게 불상하다며 놓아주자고 한다..
착한기도 해라.!!
매끈 매끈한 수피를 가지고 있고 옛날 여인들이 열매를 짠 기름으로 동백기름 대신 썼다는 쪽동백,...   
고사리를 닮았지만 동그랗게 가운데가 뻥 뚫린 괸중...,  
푹신 푹신 코르크층이 발달한 굴참나무
타잔놀이 하는 다래나무 ...
계곡 물가에서 돌다리를 이리저리 건너보고 나무위에 올라가 놀기도 하고 하늘거울을 이용해 애벌레와 뱀의 눈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놀면서 배우니 숲에 있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채윤이는 원숭이란 별명이 붙었다. 보이는 나무마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곡예를 한다. 그에 못지않게 막내 호찬이도 나무를 잘 탄다.
윤기는 모범생 스타일...  꾸준히 시도한 끝에 나무 오르기 성공.
승원이도 성공하고 인증샷을 찍어달란다..
도희는 포기 할만도 한데 끝까지 시도해서 역시 성공... 흐뭇한 미소를 날린다.
태영이도 쉽게 잘 탄다. 뭐든 열심히 하는 우리 모둠이다. 대견하구만..^^

12시가 다 돠었네. 이제 점심 준비를 해야 한다.
모든 야채를 들고 수돗가로 가서 씻는데 아이들이 주물러 터친다.
그러면 풀내 나서 먹기가 힘이들텐데?
깨끗이 씻어 가지고 온 야채를 손으로 찢으라고 하니 이젠 야채를 비틀어 자르다가 손바닥으로 비비기까지 한다.
야채들이 졸도하기 일보직전이다. 큰일났네. 그래도 비비면 맛은 좋겠지. 아이들의 손맛이 들어갔을테니..
무생채와 시금치나물 계란후라이 버섯을 가져와서 추가로 넣으려고 하는데 채윤이가 한약을 먹고 있어서 무생채를 못먹는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할건지 물어보니 다들 채윤이를 위해서 그 맛있는 무생채를 안넣겠다고 하니 기특하기만 하다.
아직 매운 걸 먹지 못하는 호찬이와 채윤이를 위해서 고추장도 조금만 넣고 깨소금 참기름 구운 김을 뿌셔 넣고 마구 비비기.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6명이서 전부 덤벼들어 비벼대니까 비빔밥이 어째 걱정스럽게 생겼다.
우선 호찬이와 채윤이 밥을 따로 덜어놓고 고추장을 더 넣어서 빨갛게 비빈 다음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덜어주었다.
맛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맛있을수가...
식성 좋은 승원이는 4그릇쯤  먹은 거 같다.
윤기도 태영이도 잘 먹고 처음에 조금만 먹겠다던 채윤이도 두 그릇.. 도희는 세그릇 반.. 김을 특히 좋아하는 호찬이도 배부르게 잘 먹고 나도 배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먹었다.

이젠 자유놀이 시간
승원이는 전에부터 친하게 지내는 다른 모둠 친구들과 따로 놀이를 하고 낼쌘돌이 호찬이는 일찌감치 물가에서 놀다가 발 한쪽 적셔오고 윤기는 양말을 벗고 윤기답게 조심조심 냇가에서 논다.
채윤이는 운동신경 짱이라 처지지 않고 알아서 잘 놀고 도희는 다른 모둠 아이와 몰속에 발 담그고 버티기시합을 한다.
내숭쟁이 태형이도 신나게 논다. 태형아 6월에 만날때도 그렇게 해맑은 표정 짓는거다. 알았지?
민들레가 진행하는 동물멀리뛰기도 신나게 하고 고무줄로 높이뛰기와 림보를 하고 다시 모둠을 나눠서 찰흙으로 숲속친구 만들어주기를 했다.
윤기가 멋진 뱀을 만들어 나무에 붙여주고 승원이는 고양이, 태영이도 열심히 만들고 도희와 채윤이는 윤기가 만든 뱀이 부러웠는지 똑같이 따라한다.
호찬이는 눈사람을....
각자 마음에 드는 곳에 놓아주고 계곡물에 손을 씻고 도롱뇽알을 관찰했다. 1급수 청정 지역에서만 산다는 도룡룡 알을 발견하다니 .. 산음휴양림이 그 만큼 오염이 안되었다는 증거다..
우무질 안에서 도롱뇽들이 꼬물꼬물 하는 게 보인다. 이제 막 밖으로 나올 시기인 거 같았다.
우무질에 싸인 모습이 다들 순대같다고 한다.
다음은 물수제비뜨기 ..  나는 잘 못하겠던데 아이들은 참 잘한다. 물에 퐁당퐁당 던져 넣는 돌멩이 놀이가 재밌는가보다.
자칭 자기들이 물수제비선수들이란다.
3번 4번도 갈수 있다네..

이제 아쉽지만 정리해야할 시간...  
기록장을 쓰고 각자 짐을 챙기고 버스에 올라탔다.
산음휴양림은 수종도 다양하고 자연 그대로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면서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한적해서 아이들과 함께 신록이 푸르른 봄을 느끼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던 것 같다.
6월은 대부도 쪽박섬에 간다. 다음 들살이도 기대가 되는구만...ㅋㅋ
다음 달엔 이번에 못간 우진이도 함께하길 바라며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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